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저, 문학동네, 162쪽, 1만1000원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그럴 때 그녀는 어떤 사람이라기보다는 어떤 상태가 된다. 달군 강철처럼 뜨겁고 강해져 주변의 온도마저 바꾼다. 씨발됨이다. 지속되고 가속되는 동안 맥락도 증발되는, 그건 그냥 씨발됨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씨발적인 상태다. 앨리시어와 그의 동생이 그 씨발됨에 노출된다.”(40쪽)
`황정은풍’이라는 독특한 소설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 황정은이 최근 장편소설 `야만적인 앨리스씨’를 펴냈다.
`야만적인 앨리스씨’는 재개발을 앞둔 `고모리’를 배경으로 어머니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당하고 사는 앨리시어와 그의 동생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식용을 위해 개를 가둬 놓은 개장이 즐비하고 죽은 개의 뼈를 먹고 자란 은행나무, 악취가 나는 하수처리장이 자리한 황폐한 `고모리’의 모습을 통해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야만과 폭력성을 이야기 한다.
그들은 오로지 재개발 후 치솟을 땅값과 보상금에만 혈안이 돼 있다.
앨리시아 형제는 그들의 무관심을 바탕으로 한 복수심을 양분으로 성장한다.
소설 속 앨리시아가 동생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변형된 것으로, 앨리시아 형제의 탈주 욕망이 반영돼 있으나 다른 세계로 떠나지 못하고 야만적인 현실에 남게 된다.
작가는 이 불편한 이야기를 무심한 듯 공허하게 서술함과 동시에 날 선 시선으로 `그대는 어디까지 왔나’라는 물음을 던진다.
“그대가 옳다. 모든 것은 지나갈 것이다. 다시 한번 그대가 옳다. 그대와 나의 이야기는 언제고 끝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천천히 올 것이고, 그대와 나는 고통스러울 것이다.”(162쪽)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