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는 것은 사람을 듣는 것
  • 이경관기자
음악을 듣는 것은 사람을 듣는 것
  • 이경관기자
  • 승인 2014.0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중혁 산문집 '모든게 노래'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김애란의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 2011)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이 아이 모든 연애의 시작엔 반드시 음악이 있다는 걸, 벌써부터 알아차린 걸까.”(189쪽)
 사랑의 시작에 노래가 있고, 그 끝에도 노래가 있다. 삶이라는 길 위에서 살아가는 모든 인생에는 그 곡절마다의 노래가 있다.
 김중혁의 산문집 `모든게 노래’는 인생, 그 자체가 노래라는 진리를 다양한 노래와 아티스트,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로 나뉘어져 있다. 그가 선곡한 노래를 따라가다 보면 벚꽃이 만발한 봄이 스치고, 푸른 동해바다가 펼쳐진 여름이 지나고, 사랑을 끝냈던 쓸쓸한 가을이 스치며, 당신이 떠올라 울컥하는 겨울이 지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는 형상들을 떠올린다. 똑같은 노래를 들으면서 모두 다른 형상을 떠올린다.”(197쪽)
 책을 읽다보면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노래와 그 노래를 부른 아티스트에 대해 궁금해진다. 장사익, 김추자, 한영애, 김연자에서부터 한희정, 써니힐, 가을방학, 그리고 형돈이와 대준이까지. 책 속에 소개되는 다양한 장르의 노래의 진가를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들어봐야 한다. 무겁지 않고 또 가볍지 않게 이야기하는 그의 글은 귓가에 들려오는 노래와 함께 어우러져 우리에게 유년의 시절을, 또 아련한 지난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누구에게나 그런 노래가 있을 거다. 듣는 순간 무방비 상태가 되는, 갑자기 한숨을 쉬게 되고 어느 순간 가슴이 아릿해지는 노래가 있을 것이다. 한번 눈물을 쏙 빼고 나면, 들을 때마다 슬픔은 반복된다. 오랜 시간 동안 노래에 익숙해지면 슬픔은 사라지지만, 몇 년이 지난 후 그 노래를 들으면 슬픔의 감정이 되살아난다.”(147쪽)
 그는 `우리가 먼저 외로움을 찾아가서’에서 `롤러코스터’와 `손성제’의 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듣기만 해도 기억이 떠올라 울컥하는 그런 노래, 그에게 롤러코스터의 `Last Scene’과 손성제의 `마음, 얼음처럼 단단하게’가 그런 노래였다.
 인생의 쓸쓸함이 한껏 묻어나오는 조원선의 목소리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우리들의 인생을 한편의 드라마로 만들어 버린다. 
 “결국 음악을 듣는 것은 사람을 듣는 거로구나. 결국 책을 읽는 것은 사람을 읽는 것이고, 그림을 보는 것은 사람을 보는 것이구나.”(102쪽)
 이 책 속에서 소개하는 많은 노래들과 함께 그의 삶을 따라가면서 나의 모습을 반추하다 보면 식은 커피를 입 안 가득 머금은 듯 아릿하다.
 그는 `책을 내면서’에 “모두 자신만의 노래가 있을 것이다. 모두들 그 노래를 잊지 않고 계속 불렀으면 좋겠다. 노래를 잊는 순간, 우리는 땅으로 곤두박질치게 돼 있다. 가사를 곱씹어가며 부르든, 흥얼거리며 콧노래로 부르든 상관없다. 누군가에게 불러주든, 자신에게 불러주든 상관없다. 무엇이든 노래가 될 수 있고, 우리는 늘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몰라서 그렇지, 자세히 둘러보면, 모든 게 노래다.”라고 썼다.
 화려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평범하고 지리멸렬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노래 하나는 있기 마련이다. 만년과장의 삶의 사는 우리네 아빠들에게 술 한잔 걸치고 부르는 오기택의 `아빠의 청춘’은 최고의 위로이며 높은 취업의 장벽에 부딪혀 부서지고 깨지는 청춘들에게 옥상달빛의 `없는게 메리트’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마음산책. 264쪽. 1만 28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