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태, 그는 누굴위해 지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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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태, 그는 누굴위해 지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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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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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 1938~1944
이경분 지음 l 휴머니스트 l 1만3000원
 
 
 
 
 지난해 3월 국내 음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애국가’ 작곡자인 안익태(1906~1965)가 대형 일장기가 걸려 있는 음악당에서 일본의 괴뢰국이었던 만주국 창설을 축하하는 `만주국 축전곡’을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당시 동영상을 공개했던 연구자는 “`만주국 축전곡’은 안익태가 직접 작곡한 것이며 연주회가 열린 날은 1942년 9월 18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애국가’ 작곡자가 친일 행각을 벌였다니….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안익태는 1938년 2월 20일 아일랜드에서 자작곡 `코리아 판타지’를 초연하고, 인터뷰에서는 조선 독립을 염원했었다.
 하지만 `만주국 축전곡’을 작곡하고 지휘했던 사람도 분명 안익태였다.
 이 상반되는 행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잃어버린 시간 1938~1944’는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한 책이다.
 안익태가 독일에서 활동하던 1938~1944년 행적을 베를린 국립문서보관소, 코블렌츠 가족문서보관소, 슈트라우스 가족문서보관소,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문서보관소 등을 방문해 수집한 자료를 통해 재구성하고 있다.
 저자는 새롭게 발굴한 자료들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져 왔거나 안익태가 주장했던 내용 중 사실과 다른 것이 많다는 점을 밝혀냈다.
 첫째, 1941~1944년 안익태는 `코리아 판타지’를 연주하지 않았으며 그의 대표작은 일본 궁중음악 `에텐라쿠(越天樂)’였다.
 1942년 홍보용 팸플릿을 보면 안익태는 자작곡 `에텐라쿠’ `교쿠토’ 등을 레퍼토리로 내세워 일본 음악가로서 이미지를 높이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12년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제자였다는 안익태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안익태가 독일에서 지휘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운 사람은 `일독회(日獨會)’라는 단체였다.
 일독회는 독일과 일본이 동맹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문화단체. 안익태 음악 경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빈 연주회와 베를린 연주회는 일독회가 자신들의 행사로 기획했던 것이며 안익태는 오히려 일독회를 통해 슈트라우스와 가까워지는 계기를 얻었다.
 셋째, 성공을 위해 안익태는 적극적으로 나치와 일본 관료들에게 협력하고 연주회를 제안했다.
 든든한 배경이 없던 그는 1943년 2월 빈에서 `만주국 축전곡’이 다시 연주될 수 있도록 직접 일본 대사관 관료에게 부탁하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저자는 “안익태를 정치적인 것은 중요시 하지 않고 오로지 음악가로서 성공하려는 욕망이 강한 사람으로 본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어 “안익태를 평가하는 데 친일이냐 애국이냐 이분법을 적용해서는 안되며, 그에 대한 연구도 계속돼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를 애국자이면서 동시에 일제 협력자로 만들었던 원인을 밝히는 작업이야말로 과거에 대한 진정한 성찰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여정엽기자 bit@
 
 
 
>>눈에 띄는 새책
 

 △수업, 비평을 만나다(교육/이혁규 외 7명 지음)
 수업 공개를 꺼리는 학교 문화를 개선하고, 교육 현장의 의미있는 실천을 공유하기 위해 현장 교사들과 교육 연구자들이 함께 나눈 `수업 이야기’다. 더불어 저자들은 수업 이야기를 생산적이고 소통 가능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업 비평’을 제안한다.
 우리교육/ 1만5000원.
 
 △김정일 최후의 도박(정치/후나바시 요이치 지음·오영환 외 3명 옮김)
 한반도의 명운이 걸린 북한의 2차 핵위기를 둘러싼 숱한 의문점에 대해 하나하나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 후나바시 요이치의 역작 <김정일 최후의 도박>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중앙일보시사미디어/ 2만2000원.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사회과학/노암 촘스키 지음·강주헌 옮김)
 정의와 민주주의라는 허울로 세계의 폭력을 확대재생산하는 미국의 맨얼굴을 까발리고, 미국을 좇아 세계화라는 허울로 볼모잡는 정부,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집단 등 우리의 자화상을 되돌아본다.
 황금나침반/1만4500원.
 
 △베네수엘라,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다(정치사회/김병권 외 6명 지음)
 2007년 신자유주의 세계 체제의 변방 베네수엘라에서 진행중인 혁명이 새로운 혁명으로써 도미노를 예고할지, 미국에 맞선 신자유주의의 대안 모델이 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시대의창/1만6500원.
 
 △나는 내가 낯설다(자기경영/티모시 윌슨 지음·진성록 옮김)
 우리가 모르고 사는 우리의 99%, 그 적응 무의식의 세계로 안내하면서 `자기 지식’을 높여준다. 자기 지식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내면을 살피는 자기성찰 보다는 자신의 행동을 살피는 것이라고 한다.
 부글/ 1만3800원.
 
 △보이는 세계는 진짜일까?(철학/조용현 지음)
 과학철학을 연구해온 저자는 “철학의 중요문제를 드러내는 데 SF만큼 적합한 장르도 없다”고 전제하면서 “철학 고전에나 등장할 추상적인 문제가 SF영화 속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로 예사롭게 다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화는 철학함의 동기를 불어넣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
 우물이있는집/ 1만3000원.
 
 
 
>>함께 읽는 어린이 책
 
 

 △ 달은 어디에 떠 있나? (6세~초등 2학년/정창훈 글·장호 그림)
 오른쪽으로 가늘게 구부러진 초승달, `상현달’로도 불리는 오른쪽이 둥근 반달….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달의 모양과 달이 뜨는 시간과 위치, 음력의 개념 등을 알려주는 그림책. 책 속에 나오는 그림을 따라 손전등과 공을 가지고 달이 지구를 돌면 어떻게 우리 눈에 달의 모양이 달라져 보이게 되는지 실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아침에 동쪽에서 해가 뜨고 난 뒤 잠시 후에 따라 뜨는 초승달부터 낮 12시쯤 뜨는 상현달, 그리고 새벽에만 잠시 보이는 하현달까지 공부하고 난 뒤 아이 손을 잡고 밖에 나가 보자.
 열심히 책을 읽은 아이라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오늘은 음력 15일이니 쟁반처럼 둥근 보름달을 볼 수 있을 거야.”
 웅진주니어/ 8500원
 
 △ 누가 일등일까요? (4세~초등 1학년/시아오메이시 글 그림·박지민 옮김)
 수많은 그림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소년 따빙. 자기 그림을 최고라고 생각하고 친구들 그림도 자기 식대로 고쳐 준다. 어느 날 따빙은 부엉이가 주최한 그림대회 심사위원으로 초청된다. 따빙은 강아지가 그린 `해를 향해 뛰어가는 나’를 보자마자 말한다. “이 그림은 틀렸어. 해는 빨간색이어야지!” 강아지도 할 말이 있다. “난 적록색맹이야. 그래서 빨간색과 초록색이 뭔지 모른다고.”
 잠자리가 그린 `우리 집’을 본 따빙은 또 고개를 갸웃한다. “이 그림은 이상해. 점밖에 없잖아.” 잠자리가 대꾸한다. “난 2만8000개의 눈을 갖고 있어. 그러니까 모두 점으로 보이는 게 당연하지.”
 이 그림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가르친다. 내 눈엔 너무나 당연한 이 세상의 빛깔과 사물의 모양들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여러 동물의 그림을 통해 시각적으로 펼쳐 보인다.
 하늘을 칠하는 아이의 손에 무심코 파란색 크레파스를 쥐여 주고 있지는 않은지, 어른이 바라보는 시각을 은연중에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른들도 한 번쯤 주제를 곱씹어 볼 만하다. 예림당/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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