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의 찝찔함, 나는 왜 살아가고 있나?
  • 이경관기자
生의 찝찔함, 나는 왜 살아가고 있나?
  • 이경관기자
  • 승인 201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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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삶. `사는 일’ 또는 `살아 있음’을 뜻한다. 인간은 언제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듯 살아간다.
 최진영의 장편소설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는 살아야할 이유보다 죽어야할 이유가 더 많은 원도가 왜 죽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묻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최 작가는 우리시대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폭력적인 시선으로 그려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그가 세 번째 장편소설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에서는 분리수거조차 될 수 없는 쓰레기 같은 한 남자, 원도를 내세워 그의 질긴 생에 대해 이야기 한다.
 “죽어야겠다는 생각과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이 같은 무게로 시소의 양 끝에 앉아있으며, 원도는 어느 쪽으로 몸을 기울일지 선택하지 못한 채 시소의 중간에 위태롭게 서있다. 죽어야겠다는 생각은 최근 것이고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은 오래전 것이지만, 최근 것이라고 해서 더 가볍지도, 오래된 것이라고 더 묵직하지도 않다. (41쪽)
 횡령과 사기, 탈세와 살인혐의로 골목길에 불법 쓰레기처럼 처박힌 원도. 그는 아내와 딸에게 조차 버림받고 여관방을 전전하며 도피 중이다.
 소설은 원도의 독백으로 진행된다. 최 작가 특유의 짧은 호흡과 직설적인 단어는 생의 마지막 순간, 위태롭게 서 있는 원도의 심리를 잘 표현한다. 원도는 뒤틀려버린 인생의 한 순간을 찾기 위해 자신의 지난 삶을 뒤져, 상처 속으로 들어간다.
 덮지 말고 끝까지 보라. 이것은 숱한 구멍 중 가장 광활한 구멍, 당신에 대한 기억이다. (168쪽)
 원도의 기억 속에는 두 명의 아버지가 있다. 한 아버지는 원도가 여섯 살 때 스케치북에 `만족스럽다’라고 쓴 뒤 원도에게 `아버지를 믿어라’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는 물을 마신 뒤 숨을 거둔다. 아버지가 물을 마시고 죽은 뒤 나타난 다른 아버지는 원도에게 `모든 걸 이해한다’고 말한다.
 원도의 어머니는 남편이 죽은 뒤 아무렇지 않게 부모없는 아이들과 죽어가는 노인들에게 봉사를 다닌다. 그러나 정작 집에 돌아와서는 울고, 또 울며 원도에게 침묵의 공포를 안겨준다.
 상처를 받아들이는 방법도 모르는 어린 원도.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처를 받아들이지도 던져 내지도 못한 채 성장한다.
 원도는 기억을 더듬어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린다. 첫사랑과 섹스도 못하고 사랑한다는 말만 남발했던 그의 순수가 삶을 뒤틀리게 한 것은 아닐까. 답은 아니다. 혹 자신이 저지른 횡령 때문일까. 그 때문도 아니다.
 원도는 급기야 이 모든 원인이 장민석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장민석은 그와 어릴 적 한 방에 살았던 이복형제로 그에게서 모든 걸 빼앗아 갔다. 어머니와 사귀던 여자친구까지. 장민석은 그와 싸우다 쓰러져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원도를 뒤틀리게 한 것은 부모도 사랑했던 사람도, 장민석도 아니었다. 그를 뒤틀리게 한 것은 결국 삶이었다.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몰랐던 원도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꾸만 부정당하면서 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 쳤던 생, 그 자체이다.
 “일어나려면 일단 앉아야 한다. 걸으려면 먼저 멈춰야 한다. 함께하길 원한다면 우선, 혼자여야만 한다.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기억해야 한다. 기억해야만 한다.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곳곳의 위험과 불행 틈에서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왔는지를. 기억하고 선택해야 한다. (…) 원도가 일어난다. 걷는다. 아직 어둡다. 눈이 내린다. 해가 뜨더라도 충분히 밝지만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추울 것이고, 몹시 배고플 것이다. (…) 원도가 걷는다. 걸으며 묻는다. 왜 사는가. 이것은 원도의 질문이 아니다. 왜 죽지 않았는가.”(243쪽)
 소설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는 결국 `나는 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물음이다. 작가는 중의적인 표현을 통해 생의 찝찔함을 이야기 한다.
 작가는 묻는다. 통증으로 가득한 현대, 그 속에서 경쟁하며 하루하루 지친 삶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왜 사는냐고.
 최진영. 실천문학사. 247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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