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가 아일랜드의 구황 식품으로 성가를 드높인 이야기는 새삼스럽지도 않다.우리 선조들에게도 감자는 훌륭한 양식이었던 것 같다. 사전에 실린 감자음식 이름만 봐도 그런 생각이 든다.감자국수, 감자떡, 감자막갈이떡·만두. 감자밥, 감자수제비, 감자엿, 감자시루떡·찰떡, 감자장아찌…. 일일이 주워섬기기도 숨찰 지경이다.게다가 웰빙 식품의 반열에 오르면서 감자는 단연 `귀하신 몸’이 돼버렸다.
실정이 이런데도 정작 재배 농민들은 씨감자 부족으로 해마다 애를 먹고 있다. 경북 도내에서 최대 산지인 고령군만 하더라도 400여곘이 필요한데도 공급량은 100곘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도됐다.씨감자 부족 현상은 고령군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영주, 의성, 포항…도내 어딜 가나 마찬가지다.
`엊그제 감자 지고 올라 온 사람의 소리’는 남궁준의 `산천초목’에 나오는 표현이다.이치에 닿지 않는 소리라는 뜻이란다.그 대목을 옮겨 본다.“여보,엊그제 감자 지고 올라온 사람의 소리 작작 하오. 영감의 풍채가 계집 하나 후릴만 치 못되어서 구접스럽게 분을 발라. 못 생긴 바탕이고 보면 분때 말고 분을 켜로 올리면 소용있소.”
씨감자난(難)인데도 정부 보급종을 공급하는 종자관리소는 두손 잡아매놓고 있다.예산이 달려 손쓸 길이 없다는 것이다. 납세자에겐 `엊그제 감자 지고 올라 온 사람의 소리’나 마찬가지다. 줄줄 새는 혈세가 도대체 얼마인데 정작 필요한 곳엔 쓸 돈이 없단 말인가.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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