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어떻게 써요?”
  • 경북도민일보
“내 이름 어떻게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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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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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새내기가 된 딸 아이가 연신 부엌을 드나드느라 바빴다. 학교 숙제가 한자(漢字) 읽기인데 읽을 줄을 몰라 엄마한테 구원을 요청하는 눈치였다.한자 공부부터 시키는 대학과 대학생이라니…. 딱하기도 했고 웃음도 나왔다. 몇 년 전 이야기다.
 엊그제 짬이 나서 TV채널을 돌리다가 `도전 골든벨’에 눈길이 멎었다. 때마침 한자쓰기 문제가 나오고 있었다. `2주년’인지 `3주년’인지를 한자로 쓰라는 문제였다. 예상대로 `우수수 현상’이 나타났다. 전국 어느 고등학교를 가릴 것없이 학생들의 한자 실력이 대체로 이렇다.
 성균관대학 새내기들의 한자 실력이 공개됐다.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학생이 20%나 된다는 이야기다. 제 이름도 못쓰는 판에 부모 이름은 말할 것도 없겠다. 문제는 이 것이 이 대학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언젠가는  서울대생들의 한자 실력이 화제거리가 된 일도 있지 않은가. 어느 학생은 답안지에 이모티콘 `ㅜ.ㅜ’를 썼다고 보도됐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이 학생들이 모두 `한심’한 존재들인가. 천만의 말씀이다.우수 민족으로 꼽히는 우리의 핏줄들이다. 제대로 가르치지를 않았으니 이 모양이 된 것 뿐이다. 세월이 흘러도 학생들의  실력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수능’이 온 국민의 행사가 된 나라에서 참으로 괴이쩍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한자를 배운 덕분에 지금 큰소리 치는 어른들이라고 나을 것도 없다.읽을 줄은 알되 뜻을 모르는 말 앞에서 머리를 긁기는 마찬가지다. `揚荷’니 `裸傭船’이니 하는 것들의 뜻을 나부터도 엊그제서야 처음 알았다. 독립한지 몇 십년이 된다는 나라꼴이 이 지경이다.
 정답이란 게 있을 수 없는 논술이 또 학생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어깨까지 짓누르고 있다. 이게 다 뜻도 모르고 글자만 읽는 어른들의 머리에서 나온 정책 탓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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