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철학자들
이본 셰라트 지음·김민수 옮김 l 여름언덕 l 440쪽 l 2만2000원
독일 철학가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는 과거·미래·현재의 시간을 바탕으로 인간 존재를 파악한 20세기 실존주의 철학의 거두다. 그가 1927년 펴낸 `존재와 시간’은 서양철학사의 흐름을 바꾼 혁명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존경받는 철학교수이자 지도급 인사였던 하이데거는 1933년 히틀러의 나치당에 들어간다. 그는 이성을 내세워 히틀러와 나치의 활동을 미화하고, 자신의 스승이자 은인이었던 현상학의 창시자 에드문트 후설을 비(非)아리아인이라는 이유로 대학에서 쫓아낸다. 하이데거는 명실상부한 히틀러의 `지적인 슈퍼맨’이었다.
이에 반해 하이데거의 학생이자 정부(情婦)였던 유대인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는 히틀러의 적이었다.
신간 `히틀러의 철학자들’은 이처럼 나치와 히틀러에 동조하거나 반대한 철학자들은 다룬다.
저자인 이본 셰라트는 나치즘에 사상적 근거를 제공한 철학자들에게 별다른 비난이 제기되지 않는 현실을 꼬집는다. 철학이 도덕에 기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철학사상 일부가 나치 추종자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제목만 봐서는 딱딱한 철학서 같지만 책은 당시 역사와 철학자의 사생활을 적절하게 버무린 다큐드라마 형식으로 꾸몄다. 하이데거와 아렌트의 불륜관계를 이들이 나눈 편지들을 발췌해 재구성한 것도 흥미롭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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