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당신들이 스무 살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많이많이 축하드려요. 이제 당신들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그게 어떤 경험이든, 생각해보세요, 그 경험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갈 당신들을 만든답니다. 그러니 더 치열해지세요. 더 절실해지세요.(…)그러니 지금 스무 살이라면, 꿈들! 언제나 꿈들을! 더 많은 꿈들을!”(43쪽)
너를 읽고 나를 읽는다.
소설가 김연수가 최근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출간 10주년을 맞아 `청춘의 문장들+’를 펴냈다.
“C.S. 루이스가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은 참 신기해요. 독서는 혼자서만 할 수밖에 없는데, 정작 책을 읽으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죠. 심지어 수천 년 전의 사람과도 서로 연결되기도 하고요.”(180쪽)
`청춘의 문장들’은 김 작가의 유년시절과 문청시절을, 그가 밑줄 그은 문장과 함께 담았다. 그가 읽은 책과 그것을 통해 번진 무수한 감정의 편린들은 세상에 치이고 꺾인 많은 청춘들을 위로했다.
`청춘의 문장들+’는 그 속편으로 10년, 청춘, 우연과 재능과 간절함, 직업, 소설, 불안, 책을 읽는다는 것 등 10개의 열쇳말을 꼽고 그 주제로 김 작가와 금정연 평론가가 나눈 대담과 함께 새로 쓴 산문 10편을 수록했다.
10개의 열쇳말이 데려가는 청춘여행은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서글프다. 스무 살 뜨거웠던 청춘의 이야기, 소설 쓰기의 즐거움과 괴로움, 직장 생활의 에피소드는 우리들의 인생과 닮았다.
경상북도 김천, 역 앞에 자리한 `뉴욕제과점’ 막내아들로 태어난 김 작가는 글 곳곳에서 아름다운 고향과 유년시절에 대해 이야기 한다. 향긋한 빵 냄새가 진동하는 뉴욕제과점, 명절을 앞둔 평화시장의 생기, 땅에 떨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눈은 그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모든 연령이 다 힘든데, 인생에서 골짜기처럼 꺼지는 나이대가 있죠. 그게 마흔 살에서 쉰 살 사이에 있는 것 같아요. 그 시기에 아이는 성인이 되고, 부모는 돌아가시죠. 그 두 가지 중요한 일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는, 오히려 모두가 나에게 기대는 시기가 찾아오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빠르고 늦은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인생의 계획된 일정 같은 거예요. 그 중압감이 우리로 하여금 “아, 정말 나이가 들었구나”라는 말을 하게 만드는 거죠.”(49쪽)
그가 청춘을 노래한지 10년이 흘렀다. 김 작가는 어느덧 마흔 중반의 나이에 들어섰다. 그사이 그는 한 아이의 아비가 됐고 또 자신의 우주였던 아비를 잃었다.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는 오롯이 스스로 견뎌야 하는 중년의 외로움, 그 속에서 그를 지탱하게 했던 것은 찬란히 빛났던 청춘의 문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는 천 년을 살 수 있는 사람처럼 살았으면 해요. 하고 싶은 거 다하고, 보고 싶은 거 다 보고요. 하지만 그런 낮을 보낸 날에도 밤은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고, 그 밤에 대개 우리는 혼자겠죠. 그런 밤이면 아마 시간이 너무 많아서 버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거예요. 맞아요. 그래서 청춘은 무거워요. 빨리 늙었으면 싶기도 하고요. 그럴 때 저는 저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책을 읽었어요. 그러다가 마음이 동하면 잘 알지도 못하는 문장들에 줄을 그었죠. 그렇게 책에다 몇 번 밑줄을 긋다가 잠들고 나면, 또 새로운 날이 시작됐죠. 역시 어마어마하게 많이 남은 나날 중의 첫 번째 날. 누군가에게 `청춘의 문장들’은 그 새로운 날에 돌이켜보는, 지난밤의 밑줄 그은 문장 같은 것이 됐으면 좋겠습니다.”(197쪽)
꽃은 피고 또 진다. 그 반복됨이 때로는 서글프다. 인생은 그 서글픔과 어깨동무하고 걷는 것. 짙은 서글픔을 다독이는 힘을 지닌 작가, 김연수. 그가 이야기 하는 또 다른 청춘의 10년이 기대된다.
마음산책. 208쪽.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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