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 류시화 지음 l 연금술사 l 762쪽 l 2만8000원
일본어를 모르는 국내 독자들도 손쉽게 일본시 세계에 빠져들어 볼 수 있는 시 모음집과 해설집이 잇따라 출간됐다.
`5·7·5’ 3행의 17자로만 구성돼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라 불리는 일본의 전통시 `하이쿠.’
이미 15년 전 하이쿠 소개서 `한 줄도 너무 길다’를 펴냈던 류시화 시인은 다시 130명에 이르는 일본 시인들의 대표 하이쿠 1370여편을 소개하며 일일이 해설을 단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연금술사)를 펴냈다.
무려 759쪽에 이르는 방대한 `대작’이 됐지만, 짧은 시에 간결한 해설만 담아낸형식은 군더더기 없고, 미백색 바탕에 여백을 강조한 표지까지 하이쿠를 닮았다. 더구나 캘리그래퍼 강병인의 하이쿠 글 5점이 특별 제본돼 담겨 있으니, 자꾸만 들춰보게 만드는 책 디자인 또한 감각적이다.
“정치는 싸우고 문학과 예술은 교류하는 것입니다. 문학과 예술은 국경을 뛰어넘어 인간이 공통적으로 가진 삶과 존재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중략) 단지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 하이쿠를 읽거나 번역,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상징들, 인간 존재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계절적인 느낌들, 아름다움은 영원이 아니라 변화와 소멸에 있다는 자각,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새로운 형식의 시를 소개하기 위해 이 작업을 해온 것입니다.” (저자의 말 중)
`두 사람의 생/그 사이에 피어난/벚꽃이어라’(바쇼)
이 짧은 시에 저자는 서정주의 시구 `모든 사물의 끝은 허공인데 그 끝이 허공이 아닌 것이 꽃’을 떠올린다. 일본 에도시대 전기의 하이쿠 작가 바쇼는 19년만에 고향 친구와 재회한 기쁨을 이같이 표현했다. 류 씨는 `피어난’의 원문 `이키타루’의 풍성한 의미까지 놓치지 않고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류 씨 스스로도 하이쿠를 쓰고 있으며, 언젠가 발표하고 싶다고 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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