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여인에 빠지다 - 조혜란 지음 l 마음산책 l 344쪽 l 1만6000원
서포 김남중은 조선 숙종이 인현왕후를 폐위시키고 희빈 장씨를 왕비로 맞아들이자 이를 빗대어 소설 `사씨남정기’를 쓴다. 소설은 중국 명나라 때를 배경으로 한림학사 유연수가 정실부인 사정옥을 두고 교채란을 후실로 들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남편을 모함하고, 정부와 함께 도망치는 교채란은 소설 내내 악인의 전형처럼 묘사된다. 소설은 교채란이 유연수에 의해 처형당하는 권선징악의 결말로 막을 내린다.
그렇다면 현재도 교채란은 비난받아 마땅할까. 신간 `옛 여인에 빠지다’는 이런인식에 의문을 던진다. 가부장제 첩 제도에 기대어 풍족하게 살아보고자 한 그녀는 당시에는 드물게 욕망에 충실한 여성이었다. 다시 말해 교채란은 유교적 가부장제에서 자신만의 생존방법을 터득한 인물이었다.
이에 반해 유교적 가치에 기대어 자신의 위치를 지켜낸 사정옥은 우리의 눈에는 고리타분해 보일 수밖에 없다.
이들은 지금 눈으로 보면 조선시대 소설의 주인공일 뿐이지만 당시 세상을 치열하고, 열렬하게 살아간 인물들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여성들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책은 다섯 장에 걸쳐 주목받지 못한 소설 속 여성 캐릭터들을 새롭게 등장시킨다. 악인이지만 남성을 압도하는 기상을 보인 `삼한습유’의 마모와 사회적 제약에도공적 성취를 갈망한 `홍계월전’의 홍계월은 생소해서 더 매력적이다. 이들은 조선의젠더 체계에 반기를 든 대표적 인물로 묘사된다.
또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들에게도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변강쇠가’의 옹녀, `춘향전’의 춘향, 그리고 `포의교집’의 초옥은 하층 여성이었지만 `몸’이라는 도구를 통해 여성성을 충분히 발휘했다. 이들에게는 가장 현재적이고, 치열하게 삶을 살았다는 해석이 덧붙여진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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