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부모와 늙은 자식, 다른 시간 속에서 서로를 보듬다
  • 이경관기자
어린 부모와 늙은 자식, 다른 시간 속에서 서로를 보듬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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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 김애란 지음 l 창비 l 354쪽 l 1만1000원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활자 속에서 움직이던 캐릭터들이 살아났다. 먹먹한 감동을 주던 문장이 배우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통해 재탄생됐다.
 강동원, 송혜교 주연으로 올 하반기 충무로의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이 영화는 김애란 작가의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와 소설의 만남, 이 설레이는 만남에 앞서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을 먼저 만나본다.
 “아버지는 자기가 여든살이 됐을 때의 얼굴을 내게서 본다. 나는 내가 서른넷이 됐을 때의 얼굴을 아버지에게서 본다. 오지 않은 미래와 겪지 못한 과거가 마주본다. 그리고 서로에게 묻는다. 열일곱은 부모가 되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서른넷은 자식을 잃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 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당신이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이것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다.”(6쪽)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삶이다.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일상을 꿰뚫는 민첩성, 기발한 상상력, 탄력있는 문체로 문단과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김애란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그녀는 이 책에서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소년과 자신들보다 빨리 늙어가는 아들을 지켜보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그렸다.
 소설은 희귀병을 다뤘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밝고 경쾌하다. 아픔을 아픔으로, 애잔을 애잔으로 풀지 않는 그녀의 문장은 소설 속 아름과 대수, 미라의 캐릭터를 더욱 살아있게 한다.
 “이제 나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말은 거의 다 안다. 중요한 건 그 말이 몸피를 줄여가며 만든 바깥의 넓이를 가늠하는 일일 것이다. 바람이라 칭할 때, 네 개의 방위가 아닌 1000개의 풍향을 상상하는 것. 배신이라 말할 때, 지는 해를 따라 길어지는 십자가의 그림자를 쫓아가보는 것. 당신이라 부를 때, 눈 덮인 크레바스처럼 깊이를 은닉한 평편함을 헤아리는 것. 그러나 그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중 하나일 것이다. 바람은 자꾸 불고, 태어난 이래 나는 한 번도 젊은 적이 없었으니까. 말들 역시 마찬가지일 테니까.”(11쪽)
 열일곱의 어린 연인은 덜컥 아이를 만들었다. 지울까 말까 고민 끝에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나’ 한아름이다.

 아름은 세 살 때 조로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린다. 아름이에겐 누군가의 한 시간이 하루와 같고 다른 이의 한 달이 일년쯤 된다. 열일곱, 그의 부모가 그를 낳던 그 나이에 아름은 80세 노인의 몸이 됐다.
 ““네가 뭘 해야 좋을지 나도 모르지만, 네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좀 알지.” “그게 뭔데요?” “미안해하지 않는 거야.” “왜요?”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네.” “흔치 않은 일이니까……” “……”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 “그러니까 너는,” “네, 아빠.”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50쪽)
 아름은 자신은 마음보다 몸이 빨리 자라서, 그 속도를 따라가려면 마음도 빨리빨리 키워야한다며 종일 책을 읽는다. 아름은 어려운 가정형편을 돕고자 이웃을 돕는 TV프로에 출연해 모인 성금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는다.
 그리고 방송을 통해 이메일 친구 하진을 만나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모든 첫사랑이 그러하듯 끝은 씁쓸했다. 아름이 십대 소녀로 알고있던 하진은 사실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삼십대 남자였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그 사랑을 알아보는 기준이 있어요.” 어머니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그건 그 사람이 도망치려 한다는 거예요.” “……” “엄마, 나는…… 엄마가 나한테서 도망치려 했다는 걸 알아서, 그 사랑이 진짜인 걸 알아요.””(143쪽)
 열일곱, 누군가는 부모가 되고, 또 누군가는 부모의 곁을 떠나는 나이. 아름은 세상을 떠나기 전 부모님의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선물한다. 아름은 평범하지 않았던 자신 때문에 평범한 이십대를 보낼 수 없었던 부모님의 삶을 자신이 쓴 소설을 통해 위로한다.
 소설은 묻는다. 부모는 왜 아무리 어려도 부모의 얼굴을 가지는 것인지. 자식은 왜 아무리 늙어도 자식의 얼굴을 가지는 것인지.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엄마의 그것과 나의 그것이 박자를 맞춰 함께 날 뛴다. 그것이, 가족이다. 사랑이다.
 아픔을 눙치는 김애란 특유의 위트가 섬세한 감성과 세련된 연출력을 겸비한 이재용 감독의 손에서 어떻게 살아날지,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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