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지성 通하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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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지성 通하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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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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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와 다산, 통하다
최종고 지음 l 추수밭 l 1만2000원
 
 
 
 
 
 
 
 
 
`파우스트’ 인간 보편성 체현
 바실 홀 여행기로 조선 공부
 인물 넘어 하나의 문화 이뤄
 
 
`목민심서’에서 신사고 주창
`천주실의’통해 유럽 알아가
 시대를 뛰어넘은 학문 전달

 
 
 괴테와 다산. 두 지성을 대비시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이들은 동시대를 살았고, 각각 유럽과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지성인이자 학자로 시대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괴테와 다산 통하다’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와 다산 정약용(1762~1836)을 같은 자리에서 살펴보는 비교문화서다. 동시에 두 인물을 통해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동서양 문명과 지성인상을 선명하게 조명한다.
 세계적인 대문호 괴테와 한국에서만 통하는 다산의 평면비교는 억지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다산의 인물됨이나 업적이 작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다산을 세계에 알리지 못한 불민함에서 비롯된다.
 두 지성의 비교는 처음부터 흥미진진하다.
 괴테는 샤를로테, 불피우스 등 수많은 여성과 사랑에 빠졌으나 `다산의 여자’는 15세에 인연을 맺은 부인 외에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그 시절 유럽은 밝은 대낮이었고 조선은 어두운 밤이었다.
 닮은 점도 많다. 괴테는 바이마르 공국의 재상까지 지냈으며, 다산도 규장각 제수를 지내는 등 관직에 있었다. 괴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등 대작을 남겼다면 다산은 `여유당전서’ `목민심서’ 등 명저를 남긴다.
 둘은 다작으로도 유명하다. 괴테는 바이마르 공국의 군주인 카를 아우구스트로부터 평생의 신뢰를 얻었고, 다산은 정조대왕으로부터 총애를 받았다. 정조가 일찍 죽지만 않았다면 다산은 영의정도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두 지성은 각각 아들 때문에 걱정도 많이 했다.
 두 사람은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통하는게 많다. 괴테는 바실 홀의 여행기를 통해 조선을 보았고 다산은 이수광의 `천주실의’를 통해 유럽을 엿봤다.
 두 지성은 자신들의 걸출한 작품에서 방향성을 같이했다. 괴테는 `파우스트’를 통해 인간의 보편성을 체현했고,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신사고를 주창함으로써 시대를 뛰어 넘었다. 괴테와 다산의 `무관계의 관계성’을 추적한 저자는 ▲근대정신을 발현한 철학 ▲광대한 우주관 ▲세계 시민정신 등 의 공통점을 두루 적시했다. 저자가 보기에 이들은 니체의 말처럼 `한 인물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였다.
 책은 두 사람의 삶과 정신 유산, 철학·종교·법률·정치·예술 등 학문세계를 `역사 드라마’처럼 박진감 있게 전한다.
  /여정엽기자 bit@
 
 
 
>> 눈에 띄는 새책
 

 △진보와 야만(사회과학/클라이브 폰팅 지음·김현구 옮김)
 유럽중심주의를 넘어선 20세기 세계사를 `진보와 야만 사이의 투쟁’을 주제로 다뤘다.
 환경, 지구화, 탈식민지, 독재, 억압, 제노사이드 등 주제별로 전세계의 복잡하게 얽힌 역사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돌베개/ 3만원.
 
 △기지촌의 그늘을 넘어(비소설/여지연 지음·임옥희 옮김)
 미군과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군인아내들에 대한 첫 심층연구로서 그들의 삶과 자매애, 그리고 저항에 초점을 맞춘 책. 지은이는 이 책을 쓰기 위해 1993년부터 1996년까지 150명에 이르는 군인아내와 그들의 가족들을 만나봤다고 한다. 삼인/1만8000원.
 
 △나보코프 블루스(과학/커트 존슨·스티브 코츠 지음, 홍연미 옮김)
 <롤리타>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바치는 블루 나비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과 탐구. 여과 없이 서술된 과학적 발견을 둘러싼 학계의 시기와 암투마저도 나보코프의 전설적인 면모를 돋보이게 해주는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로 쉽게 읽힌다. 해나무/2만2000원.
 
 △성과 이성(인문학/리처드 A. 포스너 지음·이은아 이은지 공역)
 인간의 원초적 욕망, 성. 그것을 규제하는 이성의 의미와 역할을 고찰한 책. 혼전 성교, 동성애, 일부다처제, 매춘, 강간, 피임, 복장도착, 낙태, 유아 살해, 프로노그라피, 공공노출증, 아동 성 학대 등 성문제에 대한 시대적 변천사를 살폈다. 말글빛냄/ 3만2000원.
 
 
>> 추천도서
 
 
히피의 여행 바이러스
박혜영 지음 l 넥서스 l 1만 2500원

 
 
이 책은 저자가 여행지에서 느꼈던 `여행이 주는 발견’을 `자유’부터 ` 풍경’, `만남’, `로망’까지 감정적 흐름으로 엮고 있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아닌, 여행을 하면서 걸었던 골목길에서 만난 일상을 풀어놓으면서, 여행에서 돌아온 후 일상이 주는 소중함을 깨닫게 된 고백을 담고 있다.
 30여 나라를 여행하면서 여행 중독자가 된 저자가 여행길에서 발견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었다.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영국, 터키, 베트남, 스페인, 태국, 프라하 등의 유명한 관광명소나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바닷가가 아니라 우연히 들렀던 어느 작은 마을의 고샅길에서, 밤 기차를 타고 도착한 낯선 도시의 새벽 공기에서, 시장 통 골목의 허름한 식당 안에서, 나른한 햇살을 즐기던 어느 골목길의 고양이에게서, 낡은 건물의 베란다에 내걸린 꽃과 빨래에서,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은 어느 시골 장터 등에서 더 많은 감동을 받았고, 이 책은 그때의 감동을 사진과 함께 담고 있다.
 자전적이면서도 감성적인 글과 여행에의 로망을 자극하는 사진은 여행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느끼게 하고, 여행의 참맛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 준다. 또한 삶의 의미를 상실한 채 일상이 건조하다고만 느끼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영혼에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여정엽기자 bit@
 
 
 
 
>> 함께 읽는 어린이책
 

 △흙으로 만든 귀(초등 저학년/이규희 글·리춘길 그림)
 현재-과거-현재의 시간적 변화와 서울-남원-교토의 공간적 이동의 조화가 동화의 설득력과 긴장감을 더해 주고 있다. 영수의 귀울음으로 시작되어 찾아간 남원에서 만난 역사 속의 비밀, 그리고 그 비밀의 증거가 남아있는 교토의 귀 무덤으로의 시공간의 이동을 따라간다.
 바우솔/7000원.
 
 △창문을 열면 (유아/지니 베이커 글·그림)
 세계는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그들을 보호한다면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그림으로 우리에게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말하고 있다. 킨더랜드/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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