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가 본 세계여행에 대한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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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가 본 세계여행에 대한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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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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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처럼 여행하기 - 로버트 고든 지음·유지연 옮김 l 펜타그램 l 344쪽 l 1만6000원

 

 `나에게 맞는 구급상자 챙기기’, `여행자 특히 여성 여행자를 위한 안전대비책’, `무엇을 집에 두고 떠날 것인가’, `언어능력’, `수하물과 기타 장비’ 등등. 이런 소제목만 보면, 그리고 `인류학자처럼 여행하기’라는 한국어 번역본 제목만 보면 언뜻 여행안내 책자 같은 인상을 풍긴다. 비록 `인류학자처럼’이라는 말이 조금은 생뚱맞게 보이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이런 인상이 썩 틀리지는 않는 듯하다. 실제 저자는 이 책이 “여행 특히 이른바 제삼세계나 남반구 여행을 더 생산적이고 계획적인 것으로 만들려는 데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 로버트 고든(Robert Gorden)은 엄연히 미국 버몬트대학 인류학과 교수이며 남아프리카 공화국 프리스테이트 대학의 연구원이다. 전형적인 인류학자인셈인데, 이런 저자의 전력을 감안할 때 굳이 `인류학자처럼’이라는 말을 책 제목에 넣었는지가 궁금해진다.
 2010년 미국 패러다임 출판사에서 `해외여행: 인류학자처럼 여행하는 방법’(Going Abroad: How to Travel Like an Anthrologist)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은 저자의 말과는 달리 좀 더 나은 해외여행을 하는 방법을 설파하기 위한 여행안내서는 아니다.

 상당히 평이한 문체를 동원하기는 했지만, 그래서 여행안내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외려 해외여행에 대한 인류학자로서의 성찰을 담은 분석 보고서이자 해외여행에 대한 에세이에 가깝다. “이 책은 `여행에 대한’ 인류학인 동시에 `여행에서의’ 인류학이다”거나 “인류학적 관점으로 여행을 하면 바로 이런 변화(새로운 여행)가 가능해진다”는 말이 범상치 않은 이 책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바람직한 인류학은 저자와 청중을 언제나 조금은 당혹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뒤흔들거나 적어도 문제시하게 해야 한다”(47쪽)고 말하는데, 이런 문제의식을 저자가 적용한 주제가 바로 해외여행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해외여행을 인류학자들의 `현지조사’(field work)와 비교한다. 둘은 여러모로 공통점을 이루면서도 차이도 적지 않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둘의 간극을 좁히려 한다. 예컨대 해외여행에서 드러나는 서구 중심주의는 시종 비판의 대상이 된다.
 저자는 해외여행을 자극하는 원천이 되는 `론리 플래닛’이나 `내셔널지오그래픽’과 같은 출판물, 다른 여행 안내책자 혹은 그 기반인 사진이나 영상물 등이 현지 사회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양산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샬럿 애치너와 푸시칼라 프라사이드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여행안내 책자들이 세 가지 “없음/아님”(un)의 신화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쇠락한 유적지나 고대 조각상을 집중적으로 소개함으로써 그 사회는 과거에 고착되어 버린 사람과 장소라는 `불변(unchanged) 신화’, 언제나 원주민은 관광객에게 굽신거리며 언제나 새파란 하늘에 뜨거운 해가 내리쬐는 백사장이 낙원처럼 끝없이 펼쳐진다는 `무제약(unrestrained) 신화’, 위험한 짐승과 민속 의상을 걸친 원주민, 자생식물을 대표 이미지로 내세우는 `미개(uncivilized) 신화’가 그것이라고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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