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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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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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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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더위는 부자의 별장에도 간다.거지의 토굴에도 간다. 선풍기 놓인 바둑판 가에도 가거니와, 풀무질하는 대장간에도 간다. 분 바른 얼굴에도 내리쪼이고 땀 흘리는 등허리에도 다름없이 내리쪼인다. 그러나 받는 분수가 다 각각 다르고  겪는 고통이 제각각 다르다. 공평무사한 하늘은 높은 데나 낮은 데나….” <설의식/찌는 더위와 땅>
 봄 타령을 한 지가  불과 며칠전인 것 같은데 벌써 여름, 그것도 무더위 이야기를 옮겨 적어야 하다니 성급함이 지나치다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겨울이 왔으니 봄도 머지않으리”라고 했던 셸리의 시구를 떠올리면 이 `속도 위반’도 합리화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이런 어줍잖은 강변(强辯)을 늘어놓아야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무더위 예보 탓이다. “사상 최대 무더위”라고 했던가,“100년만의 무더위”라고 했던가 헷갈린다. 어찌됐건 더위에 약한 체질을 지닌 사람들 기죽이는 소리였다.
 어제 본보의 굵은 제목 한 줄이 눈길을 잡았다. “더위야 너만 믿는다” 였다. 따뜻한 지난 겨울에 허를 찔린 포항지역 업체들이 올여름 무더위특수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는 내용이다. 때문에 여름 마케팅이 앞당겨 시작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빙과류 묶음, 여름 과일이 벌써 할인 판매되고 있고 여름철 가전제품 고객잡기에 골몰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기야 천기(天機)에 무심한 채로 무슨 마케팅을 입에 올리랴.
 오래전 미국에서 한여름에 트렌치 코트 차림을 한 젊은이를 보고 몰래 혀를 찬 일이 있었다.“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이른바 `엽기 패션’이었던 까닭이다.그러나 이내 생각을 바꿨다. 한 겨울 얼음산에서 웃통 벗고 살갗을 그슬리는 사람도 본 일이 있지 않았던가. 작가의 말마따나 하늘은 공평무사한 데 받는 분수가 제멋대로 인 것이다. 생각도 광속(光速)으로 움직여야 하는 세상인데 하물며 마케팅이 한 계절 앞선다고….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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