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더불어 미래를 심는다
  • 경북도민일보
자연과 더불어 미래를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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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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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성동마을 들녘 친환경 농산물 넘친다
 
 
 
  
 
 
 
 
 
 
 
 
오리, 우렁이 등 친환경 유기 영농방법을 이용해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성동마을 주민들. 친환경 농법으로 한미FTA 파고와 맞서고 있다.
 
 
 
순수 퇴비 청정농사 新 농업의 길 열어

굳은 신념의 땀방울...실패, 성공으로 바꿔

빚더미 허덕인 마을 부촌으로 `탈바꿈’
 
 
자유무역협정(FTA)의 강진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수입 농축수산물의 범람이 국내 농축수산물의 가격 하락을 넘어 국내 농어가를 크게 위협하는 양상이다.
농어촌이 빈사지경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수입자유화 바람은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찬반 논란을 빚으면서 현재 진행중인 한·미 FTA협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FTA협정은 농업구조가 취약한 우리에겐 치명타다.
지난 2004년 한·칠레 협정 결과가 보여주듯, 칠레산 포도가 수입되자마자 포도 주산지인 영천지역의 드넓은 포도밭이 급격히 감소했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자 농가들이 애지중지 키워 온 포도나무를 하루 아침에 베어냈기 때문이다. FTA 파고가 계속 확대될 경우 국내 농가의 살림밑천인 한우 농사까지 직격탄을 맞게 된다. 농업의 근간인 쌀 농사도 머잖아 빗장이 열릴 판이다. 정부가 농업 보전정책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정든 농어촌을 떠나는 도시 이주행렬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농어촌의 미래가 그리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 농산물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웰빙시대를 맞아 이들 농산물이 피폐일로의 농촌을 재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 농가들이 살 길은 친환경 농업으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것밖에 없다고 본다. 결국, 안전하면서 몸에도 좋은 유기농 식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얘기다.
 
 
 
 포항 구룡포읍 성동리.
 이 마을 주민들은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지 않는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새 삶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유기농 독농가 황보병권(61)씨는 “농약병 본지 1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그의 논과 밭 어디에도 농약은 사용되지 않는다. 유기농법으로 벼와 양파, 시금치, 콩 등을 재배하는 것이다.
 그가 유기농법을 선택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평생 농사만 지어오던 그는 지난 94년 된서리를 맞았다.
 쌀 판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 빚이 눈처럼 불어났다.
 이때의 일로 황보 씨는 고소득 창출을 위해 친환경 농법을 선택했다. 결코 농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가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청정식품 바람을 타고 각광받기 시작했다. 없어서 팔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후 `유기농법은 미친 짓’이라며 비아냥거리던 주민들이 하나 둘 눈을 뜨기 시작했다.
 마을 40여 농가가 한마음이 돼 집집마다 `농약을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교환하기도 했다. 마을에 친환경 농사 바람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주민들의 이같은 노력은 마침내 결실로 돌아왔다.
 지난 2003년 포항시 최초로 친환경마을로 선정된 영광을 안았다.
 천적을 이용한 농법이 입소문을 타면서 수확하기가 무섭게 대도시 소비자들의 구입문의가 쇄도했다.
 유기농법을 향한 꾸준한 노력이 빚더미에 짓눌렸던 마을을 부촌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 `성동메뚜기 쌀’ 작목반
 황보 씨의 집성촌으로 잘 알려진 성동마을.
 유기농 쌀인 `성동메뚜기 쌀’의 산지가 바로 이곳이다.
 추수기에 이곳을 둘러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벼에는 온통 메뚜기들이다. 그만큼 청정구역인 것이다.
 친환경농업은 지난 95년 열린 메뚜기잡이 행사가 시발점이었다. 주민들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행사장에서 친환경농업 선포식을 가졌다.
 당시에는 `친환경농업’이라는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았던 때라 그 의미가 남달랐다.
 주민들은 이때부터 마을 논면적 23.4ha 전체에 농약을 쓰지 않았다. 시작 후 몇 년간은 작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땅은 주민들이 흘린 땀방울만큼 보답했다.
 적응기간이 지나자 땅은 되살아나 지난 2002년 이곳 쌀이 정부로부터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작목반장 황보정남(62)씨는 “잡초를 즐기는 왕우렁이와 오리를 이용한 농법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제약 등 대형 제약회사 및 백화점 등이 이 마을을 찾아 직거래 계약을 체결했다.
 가격도 일반 수매가보다 1.5배 비싼 금액이다.
 나아가 몇년 전부터는 오리농법도 배척하고 있다.
 오리 배설물에 화학물질이 섞여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과, 지난해 정부로부터 지역 최초로 `유기농 쌀’을 인증 받았다. 이른바 `메뚜기 쌀’이 진정한 친환경 쌀로 입증된 것이다.

 # `성동 양파’ 작목반
 성동리 주민 황보찬(45)씨.
 그는 지난 99년 초 우연히 시내 할인점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이 생산한 것과 똑같은 친환경 양파가 무려 3배 가량 비싼 값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웰빙 열풍에 맞춰 앞으로 10년 이상은 유기농 채소가 인기를 끌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주민 20여명과 함께 양파 작목반을 만들었다. 유기농 쌀에 만족치 않고 유기농 채소 재배에도 뛰어든 것이다. 작목반은 친환경 농법의 정착을 위해 종자품종을 단일화했다.
 영농일지 또한 꾸준히 작성했다.
 흙에다 한약재와 각종 미생물을 함께 발효시킨 퇴비도 손수 만들어 뿌렸다.
 이같은 소문이 퍼지면서 성동리 양파는 일반 양파보다 가격이 2~3배에 이르는 최상품으로 팔려나갔다.
 지난 2004년에는 정부로부터 무농약 품질인증을 받았다.
 2005년에는 생산량 150곘 전량을 서울의 대형식품회사에서 수매해 가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10년 동안의 목표는 `유기농을 넘어선 유기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지역 최초로 선정된 녹색농촌체험마을이 그 연장선에 있다.
 작목반장 황보병권(61)씨는 “농산물 자체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그 안에 문화를 심어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가 농촌을 찾아 농산물을 직접 보고 먹는 최고급 농업 마케팅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김웅희·사진/임성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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