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情에 닫힌 맘 스르르 그들이 웃었다
  • 경북도민일보
훈훈한 情에 닫힌 맘 스르르 그들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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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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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개국 200여 명’의 든든한 울타리
   IT 취업교육,`코리안 드림’현실로
   동료들과 풋살경기하며 외로움 달래


  
 
   외국인 근로자 40만 시대.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외국인 고용허가제와 내국인 실업 사이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올초 전남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참사로 이들의 인권문제는 또 다시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이주 노동자는 예전부터 한국 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올해 국내 기업에 취업할 외국인 근로자는 10만여명에 달한다.
 환동해 산업 도시, 경북 포항에도 노동시장은 글로벌화되고 있다.
 철강공단에는 2500여명의 이주 노동자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꾼다.
 이 가운데 이역만리를 건넌 이방인들의 따뜻한 쉼터가 있다.
 지난해 문을 연 포항 외국인 근로자 상담센터.
 이곳은 그들에게 `제 2의 고향집’이다.
 
           # `코리안 드림’은 이루어진다!
 “자, 컴퓨터 웹마스터 과정을 배워볼까요.”
 3월 마지막 주말인 지난 25일, 포항 오천읍 문덕리 경동교회.
 컴퓨터 수업에 참석한 라쥬(32·인도)씨의 눈이 반짝였다.
 석달 전 컴퓨터라고는 처음 만져본 그는 그동안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부터 마우스와 타자법을 익혔다.
 이제 인터넷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게 돼 고국 소식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라쥬는 “최근 인도는 IT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분야 일자리가 늘고 있다. 고국에 돌아가면 컴퓨터 전문가가 되고 싶다”며 열의를 보였다.
 이 수업은 포항 외국인 근로자 상담센터가 지원하는`귀환 프로그램’.
 이주 노동자들이 고국에서 새 일거리를 찾는 능력을 키워주자는 일종의 취업교육이다.
 불법체류자 신분인 미찰(30·가명·네팔)씨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그의 꿈은 “컴퓨터 사용이 어려운 고향 학생들이 쉽고 저렴하게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PC방을 운영하는 것”이다.
 컴퓨터 수업 자원봉사자 이정훈(32·한동대 원격교육지원실)씨는 “한국의 IT산업 등 배움에 대한 열정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날 한편에선 `미니 월드컵’이 열렸다. 상담 센터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오천읍민 풋살구장. 중국, 파키스탄 출신 노동자들의 한판 대결이 펼쳐졌다. 일주일에 한번, 그들의 유일한 취미다.
 한국 생활 1년째인 토니(30·필리핀)씨는 “매일 공장과 기숙사를 오가는 답답한 생활이지만 동료들과 신나게 뛰고 나면 모든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환하게 웃었다.
 
         # 국경없는 마을, 이주 노동자 교육·노동 상담
 이곳 상담센터는 `포항 속 작은 지구촌’이다.
 중앙아시아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12개국 200여명의 이주 노동자들이 등록돼 있다. 저마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왔지만 한국생활이 그리 녹녹지 않은게 현실.
 센터는 사실상 방치돼 온 외국인 근로자들의 실 생활과 인권보호에 힘쓰고 있다.
 한국어 교육에서부터 의료·노동 문제까지 `고충상담소’가 따로 없다.
 파키스탄에서 온 파샤드(30)씨는 “100만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지 못해 속앓이만 하다 최근 센터 도움으로 회사로부터 지급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센터는 갈 곳 없는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쉼터도 운영중이다.
 하에스더(56·여) 선교사는“대다수 빈곤국가 출신인 이주 노동자들에게 한국 생활은 언어 뿐 아니라 물건 환불, 은행 업무 등 일상 곳곳에서 장벽에 부딪치게 된다”며 “센터는 이들에게 작은 안식처와 같다”고 말했다.
 
              # 외국인 근로자 대하는 `두 얼굴 코리아’
 한국사회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은 `울타리 밖 이방인’이다.
 소위 3D업종을 떠맡고 있는 이들에 대한 냉대와 편견은 여전하다.
 이주 노동자에게 임금은 생존의 문제다.
 경주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2년간 일했던 타라(34·네팔)씨는 최근 석달치 임금을 받지 못했다. 회사에 갑자기 부도가 났기 때문.
 타라의 월 수입은 100만원. 하루 12시간 노동의 대가다. 이 중 90만원은 고향집으로 송금한다. 그는 한국의 극빈층과 같은 최저 생활을 한다.
 그는 “사장이 밀린 임금을 볼모로 인신구속에 가까운 강제노역을 시켰지만 불법체류 신분으로 마땅히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고 했다.
 이처럼 올들어 이곳 센터에 접수된 임금체불만 13건에 달한다.
 이뿐 아니다. 고된 노동으로 허리 디스크에 걸린 자샤드(38·인도)씨.
 `몸이 곧 자산’이지만 사업주 눈치가 보여 맘 놓고 아플 수도 없었다.
 그는 최근에야 센터 도움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하광락(46)목사는 “임금체불과 인권 침해 모두 불법체류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 보호 등 구제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에서 혈통주의, 단일민족의 환상은 이미 깨진지 오래다.
 농촌 총각 10명 중 7명은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 출신의 신부와 결혼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출생한 `코시안’은 엄연히 한국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오천고 원어민 교사로 이주 노동자들을 돕고 있는 머라이어(26·여·미국)씨는 “국가 경제력에 따라 외국인을 구분하는 편견이 바뀌지 않은 한 글로벌 한국의 미래는 없다 ”고 충고했다.
 다문화 공동체 시대,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의 시선을 거두자.
 그들도 당당한 `한국의 일꾼’이자 `우리 이웃’이다.
         
        # 이주 노동자들의 `365일 해결사’
 하광락·김영희 목사 부부<인터뷰>
 하광락·김영희(42) 부부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보스’로 통한다.
 이들 부부가 나서면 웬만한건 거뜬히 해결된다. 전화 한통이면 5분 내로 달려온다.`신뢰 100%’ 심부름 센터다. 하 목사는 영어 중국어 등 3개국어를 구사한다.
 센터를 방문하는 외국인들과 일대일 상담은 시도 때도 없다. 월 휴일이 단 하루에 불과한 근로자들도 대다수여서 일주일에 4~5일은 가정 방문을 한다.
 그는 “단지 행복한 미래를 위해 한국행을 택한 이들이 일 할 수만 있다면 온갖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말 할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곳은 상담 센터이자 교회이지만 `종교 장벽’은 없다. 무슬림, 불교, 힌두교, 카톨릭 신자들도 거리낌없이 찾아온다.
 김영희씨는 “종교 차이로 소·돼지고기를 꺼리는 분들은 있어도 여기서 가장 인기있는 먹거리는 단연 김치”라고 귀뜸했다.
 이들은 이주 노동자 정책이 단순한 경제논리가 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하 목사는 “불법체류의 낙인을 찍기 전에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체류지원 시스템이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구잡이 단속과 강제출국, 까다로운 고용허가제 등은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으로 꼽았다.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포용을 거부한 배타적 의식’도 문제다.
 김씨는 “피부색이 다르고 못사는 나라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이들을 하대하는 그릇된 사고방식은 한국에 대한 반감만 키우는 결과”라고 우려했다.
 이역만리 건넌 `코리안 드림’의 파수꾼을 자처한 하 목사 부부.
 “한국을 방문한 손님이자 가족인 근로자들의 고향과 같은 쉼터”를 만들기 위해 이들은 오늘도 `5분 대기조’다. /글 이지혜·사진 임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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