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젊은이들 가운데 `일 중독’에 빠지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같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이들은 `일벌레’였던 사실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경주 감포 출신 어느 건설인이 쓴 글을 우연히 읽은 일이 있다. 그 제목이 `일밖에는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였다. 이런 시절에 요즘 같은 축제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어제 신문에 `축제 총량제’니 `축제 클러스터화’니 하는 표현이 등장했다.경북도가 난립한 지역축제를 1시·군에 2개 이내로 `교통정리’한다는 것이다.산간이나 해안같은 권역별 특성을 살려 축제도 클러스터화한다고도 한다. “진작 그럴 일이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딜 가나 그 밥에 그 나물인 축제에 식상한 탓이다. 도내에서 해마다 열리는 축제가 115개인데 특색있는 것이 과연 몇 개나 되는지? 오죽했으면 시장· 군수들이 축제 통·폐합을 자청했을까 싶다.
고은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잔치가 끝났다. 모든 초대 손님들을 다 전송하고 들어온 젊은 부인이, 일꾼들이 잔치 자취를 치울 때의 적막한 광경을 바라본다. 그때, 접시 포개는 소리, 술잔 정리하는 소리들이 우리를 까닭없이 슬프게 한다. `이제, 언제 또 잔치를 베풀게 될 것인가’.”
잔치는 정신의 소성(蘇盛)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해도 지자체 차원의 잔치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남는 장사’가 돼야한다는 이야기다. 남이 하니까 나도 덩달아 벌이는 축제는 재건데이트 효과만도 못하다. 경북의 축제 홍수가 어떻게 달라질지 두고 볼 일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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