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향취! 화사한 봄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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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향취! 화사한 봄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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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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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鎬壽/편집국장
 
 
 섬의 해안도로를 차로 일주할 땐 시계반대 방향으로 돌아야 풍광을 잘 즐길 수 있다.
 세심한 여행자는 코스와 일정도 그 방향에 맞춰 짠다.
 시계방향으로 돌면 안쪽 차로를 타게 된다. 바다가 그만큼 멀고 맞은편 차들에 가린다. 시계반대방향으로 바다에 접한 바같 차로를 타면 드라이브가 한결 즐겁다.
 이순신의 한산대첩으로 이름난 관광명소 통영 관광안내소 여직원은 이런 요령을 꿰고 있었다.
 주 5일제로 여가가 생긴 주말 무르익은 봄기운을 쏘이러 나선 여수 오동도 동백꽃구경길 끝에 하루밤 묵을 통영에 들어섰다.
 우연히 표지판을 보고 지도나 한 장 얻어갈까 하고 관광안내소에 들렀다.
 안내소는 도로 뒷편에 숨은 데다 오후 5시를 넘긴 때라 닫혔나 싶게 적막하다. 여직원 혼자 있다 반색한다.
 고등학교를 갓 나왔을까. 앳된 아가씨는 지도를 펴놓고 숙소 가는 길을 야무지게 가르쳐준다.
 그리곤 숙소가 있는 미륵도 순환도로의 일몰이 좋다며 시계반대방향으로 돌아보라고 이르는 것이다.
 신통해서, 잘하는 음식점도 소개해 달라 했다. 횟집이며 도다리쑥국집이며 시락(시래기)국집이며를 지도에 찍어주고 전화번호도 적어준다. 관광안내소라면 시늉뿐이려니 했던 선입견이 날아가 버렸다.
 안내원이 친절하게 알려준 통영 음식집 중에 `통영 다찌’에서 저녁을 겸하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그랜저’택시여서 “차가 좋다”고 했더니 기사는 “손님은 지금 통영 최고의 택시를 타셨다”며 껄껄 웃는다.
 아름다운 통영항 야경을 내려다보는 다찌집의 종업원들도 여행자를 즐겁게 해줬다.
 다찌집이란 술 몇 병 시키면 안주가 하염없이 나오는 통영 명물이다.
 소주는 한 병에 1만원, 맥주는 6000원으로 쳐서 한 테이블 기본 3만원이면 싱싱한 회부터 조림, 구이까지 여남은 해물접시가 줄을 잇는다.
 이런 집은 일행이 많을수록 술을 많이 마실수록 이문이 남는 장사라 달랑 둘이서 3만원 겨우 채우자니 미안했다.
 그래도 종업원들은 전망 좋은 자리로 앉혀주고 황송할 만큼 친절하다.
 멸치회가 너무 맛있어서 더 달라 해도 싫은 기색이 없다. 통영이 참 좋은 곳이구나.
 이튿날 늦은 아침 도다리쑥국도 야들야들한 `봄 도다리’ 살에 봄내음 향긋한 쑥이 행복했다.
 귀가길에 남해섬을 돌았다. 빼어난 풍광 중에서도 숨 막히게 웅장한 바다가 미조항~물건항 사이 물미해안도로에 펼쳐진다.
 이곳 노점 주인은 한 잔에 1000원 하는 커피를 팔며 이런저런 세상살이 얘기를 정겹게 건넨다.
 어떻게 이번 오랫만의 주말 여행은 볼거리,먹을거리에다 사람마다 이리 살가운가.
 창선교 남쪽 우리식당은 남해 명물 죽방렴 생멸치로 차리는 회와 찌게,조림이 이름났다.
 늦은 점심으로 멸치쌈밥을 시켰다. 매콤비릿한 생멸치찌개를 상추에 싸 먹는 맛은 어릴 적 대멸(큰멸치)조림 그 맛이다.
 포항 어시장에서도 먹을 수 없는 대멸이라 주인 아주머니에게 좀 팔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뭍의 손님이 너무 좋아하는 게 신기하고 반가웠던지 아주머니는 선선하게 스티로폼 상자 가득 생멸치를 싸준다.
 “이 가게 삼십몇 년 해서 아이들 유학까지 보냈지예. 손주가 일곱이라예. 인자 지쳐서 고마하고 싶지만도 `맛있다’며 다시 찾아주는 손님들 땜에 못 고만두요.”.
 내친 김에 묵은김치도 좀 얻자 했다. “그 알량한 기 그리 맛있소?” 아주머니 얼굴이 더 환해지면서 딸한테도 안 줬다는 볼락김치를 꺼내다 싸준다.
 영락없이 싸 들려 보내는 친정어머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세워둔 차에 멸치며 김치를 싣고 떠나려는데 아주머니가 달려 나온다. 깜빡했다는 듯 작은 비닐봉지 하나를 내민다.
 “방금 쪘으니 찻길에 먹으라” 한다. 따뜻한 쑥덕 서너 쪽이다. 봄의 향취! 화사한 봄꽃보다 맛깔진 음식보다 사람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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