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DJ) 차남 홍업 씨가 출마한 전남 신안-무안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갈수록 가관이다. 김 전 대통령 동조 속에 이뤄진 민주당 공천에서부터 `김대중 부자 3명 국회의원 만들기’에 혈안인 DJ 일가와 측근들의 행태가 그렇다.
김 전 대통령은 홍업 씨 출마에 대해 “명예회복하겠다는 데 말릴 수 없었다”고 소극적으로 허락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부인 이희호 여사가 홍업 씨 사무실 개소식에 나타나 주민들과 악수하며 동네를 순방한 것은 DJ부부가 아들 국회의원 만들기에 온몸을 던진 것이나 다름없다. 박지원 비서실장의 지역순방에서도 DJ 의중이 확인된다.
주말 유세에서는 DJ 정권 때 국정원장을 지낸 이종찬 씨가 “군민 여러분께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로 만들었듯 새 지도자로 김홍업 후보를 당선시켜 정치 명문가를 만들어 가자”고 주장했다. 더러운 돈을 받아 실형을 살고 나온 홍업 씨가 당선되는 게 어떻게 정치명문가를 만든다는 얘긴지 기가 막힐 뿐이다.
김홍업 후보도 “아버지 아들이자 동지로 민주화와 정권교체에 온몸을 바쳤다”고 주장했다. DJ 아들로서 한때 독재정권의 핍박을 받았겠지만 그건 부친이 대통령을 역임한 것으로 이미 충분히 보상받았다. 더구나 DJ 장남 홍일 씨 역시 똑같은 주장을 내세워 국회의원을 지내지 않았는가.
한심한 것은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 홍업 씨 출마에 대해 한마디 비판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당 모두 DJ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릴 뿐이다. 특히 후보조차 내지 못하고 홍업 씨를 마치 `연합공천’한 것처럼 떠 받드는 열린우리당 모습이 딱하다.
무소속 이재현 후보의 이성적인 비판이 돋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민주당의 김홍업 공천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습정치’라고 비난했다. 그는 “민주당이 DJ 아들이라는 이유로 김 후보를 전략공천했다”며 “호남의 자존심을 훼손한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DJ와 민주당 공동 책임론을 폈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업 씨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업 씨 당선이 DJ 정치명문가를 만드는 것인지, 호남의 자존심을 짓밟는 것인지 지역주민들이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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