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계획·여행 이야기 등 사소한 일상 창작과 만나다
  • 이경관기자
독서계획·여행 이야기 등 사소한 일상 창작과 만나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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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등단 20년 산문집… 2012~2013년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 연재 글 묶어

 

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l 문학동네 l 264쪽 l 1만3000원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사람은 모두 죽는다. 이 자명한 진실 앞에서, 그러나 그들이 쓴 글은 짐짓 잘 모르겠다는 듯이, 모든 게 축제라는 듯이 웃고 있다. 문학의 문장은, 그렇게 해서 비극 앞에서 웃는다. 웃는 문장이 문학의 문장이다.”(186쪽)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국내 내로라하는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과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김연수. 지난해 그는 등단 20년을 맞아 산문집 ‘소설가의 일’을 펴냈다. 이 책은 2012~2013년까지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연재한 글을 묶은 것이다.
 이 책에는 신년 독서 계획을 비롯해 여행에 대한 이야기 등 사소한 일상이 녹아있다. 또 그 일상들은 그의 소설 창작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매일 글을 쓴다.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신인,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19쪽)
 이 책은 문청(문학청년)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김연수 소설 창작론’이기도 하다. 그는 264페이지에 이르는 책 속에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열정, 동기, 핍진성 등에 대해 강조하기도 하고 캐릭터를 만들어 이야기를 전개하는 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또한 미문을 만들기 위한 문장과 시점에 대해서도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끊임없이 강조한다. 글을 쓰고 싶다면 꾸준히 매일 글을 쓰라고.
 그의 조언은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천문학자를 꿈꿨지만 영문학도가 된 그는 틈만 나면 대학 중앙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 책들이 준 감정과 느낌을 또 다른 창작물로 탄생시켰다. 그는 그렇게 소설가가 됐다.
 “결국 현대소설의 윤리는 불안을 이겨내고 타자와 공존하는 그 용기에 있는 셈이다. (…)용기는 동사와 결합할 때만 유효하다. 제아무리 사소하다고 해도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건 용기가 될 수 없다.”(53쪽)
 그는 글에서 현대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소설 속 주인공들은 불안과 아픔, 그의 표현을 빌자면 ‘개고생’을 한 뒤 자신의 목표로 한걸음 나간다고 말한다. 소설의 결말이 해피앤딩일지 또는 새드앤딩일지는 모르지만 주인공들이 행동했기에 소설이 완성될 수 있었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소설 속 주인공처럼 글을 쓰는 우리도 꾸준히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 경험으로 보자면, 하루에 세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 세 시간동안 최대한 느리게, 거의 쓰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느리게 글을 쓴다. 쓰려는 소설 속 인물과 세계에 대한 정보를 하나둘 알아가는 재미를 맛보며 덤으로 독특하고 구체적인 디테일들도 찾아낸다. 그다음에는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소설 속 공간 속에서 듣고 보고 냄새맡고 만져보려고 노력한다. 그 감각적 정보를 통해서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 천천히 상상한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어떤 문장이 떠올랐을 때의 즐거움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232쪽)
 매일 오전, 오후, 저녁 각각 2시간씩 글을 쓴다는 그는 문청들에게 처음부터 완벽한 원고를 만들 것이라는 욕심을 버리라고 말한다.
 그는 토가 나올 것 같은 원고, ‘토고’부터 쓰라고 주문한다. 토고가 완성된 뒤 글을 고치고 또 고치는 퇴고의 과정을 수없이 거쳐야 완벽한 원고가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는 첫 작품을 쓸 때를 떠올리며 잘 모르는 것을 계속 쓰고 있는 자신이 역겨웠다고 고백한다. 역겨움과 동시에 문장도 훌륭하지 않아 소설 속 인물들에게 미안함마저 들기도 했다고. 그는 글쓰기는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일이나 타인에 대해서는 한 줄도 쓸 수 없다는 걸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거기에 가 닿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해하려고, 가 닿으려고 노력할 때, 그때 우리의 노력은 우리의 영혼에 새로운 문장을 쓰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할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건 우리의 노력과는 무관한 일이다. 하지만 이해하느냐 못하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우리의 영혼에 어떤 문장이 쓰여지느냐는 것이다. 왜 어떤 사람들은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그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대답하기 위해서 나는 평생 소설을 쓸 수밖에 없겠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262쪽)
 무작정 쓰라고 강조하면서도 그는 인간에 대한 애정, 그리고 그것을 빛나게 하는 문장의 아름다움은 잃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에 따르면 소설 쓰기는 근본적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행위라는 것.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삶의 이해에서 벗어나 통합적인 시야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을 갖기 위해 우리는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그는 타인을 이해하려는 그 노력이, 미문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한다.
 너와 나, 우리를 이해하기 위한 마라톤. 소설쓰는 김연수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눈과 귀를 열고 달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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