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이를 보내고 매화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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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이를 보내고 매화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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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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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헌 삼우애드컴 대표
[경북도민일보]  오늘 아침에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고향집 뒤 안에/매화꽃이 피고/ 매화 향기 가득한/ 이월에// 어머님이 하늘나라로/가셨습니다/ 매화가 필 때 마다/ 어머님이 기억날 것 같습니다/ 어머님 장례식에 참석해 주시고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전에 갑작스레 부고를 받고 문상한 터라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황망한 중에 어머니를 여의고 돌아온 고향집에서 고인을 그리며 보냈다고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아려왔다. 벌써 봄인가 보다, 봄의 향기가 느껴진다. 누구보다도 먼저 봄을 알리는 매화는 달래와 냉이와 더불어 봄의 향기를 가장 먼저 전해주는 전령사다.
 매화는 꽃을 강조한 이름이며, 열매를 강조하면 매실나무가 된다. 입보다 꽃이 먼저 피는 매화는 다른 나무보다 꽃이 일찍 핀다. 그래서 매화를 꽃의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화괴(花魁)라 한다.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일찍 피기에 조매(早梅), 추운 날씨에 핀다고 동매(冬梅), 눈 속에 핀다고 설중매(雪中梅)라 한다. 봄은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매향에서부터 시작되기에 설중매는 봄의 요정이다. 아울러 색에 따라 흰색을 띠면 백매(白梅), 붉으면 홍매(紅梅)라 부른다. 중국 양쯔 강 이남 지역에서는 매화를 음력 2월에 볼 수 있다. 그래서 매화를 볼 수 있는 음력 2월을 매견월(梅見月)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는 정당매(政堂梅)이다. 이 나무는‘양화소록(養花小錄)’의 편찬자인 강희안의 조부 강회백이 심은 나무이다. 강회백의 벼슬이 정당문학(政堂文學)을 지냈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인 김일손은 ‘정당매기(政堂梅記)’를 남겼다. 지리산 자락의 단속사에 살고 있는 정당매는 600년의 세월을 견딘 탓에 키도 작을 뿐 아니라 죽은 가지도 적지 않단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사람인 김홍도는 매화를 무척 사랑했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매화나무를 팔려고 왔지만, 김홍도는 돈이 없어 살 수 없었다. 마침 어떤 사람이 김홍도에게 그림을 청하고 그 사례비로 3000냥을 주자, 김홍도는 2000냥으로 매화나무를 사고 800냥으로 술을 사서 친구들과 함께 마셨다. 그래서 이를 매화음(梅花飮)이라 한다.
 매화에 대한 시조에서는 매화가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운다 하여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 정신의 표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몇 해 전 문목동인들과 함께 매화향기 따라 떠난 남도 여행에서 매화를 예찬한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시 ‘매화송(梅花頌)’에서는 매화가 ‘아리따운 사람’으로 표현되어 있다.
 ‘매화꽃 다 진 밤에/ 호젓이 달이 밝다// 구부러진 가지하나/ 영창에 비취나니/아리따운 사람을/ 멀리 보내고// 빈 방에 내 홀로/ 눈을 감아라// 비단옷 감기듯이/사늘한 바람결에/ 떠도는 맑은 향기/ 암암한 옛 양자라// 아리따운 사람이/다시 오는 듯/ 보내고 그리는 정도/ 싫지 않다 하더라’
 이별의 슬픔이 있던 날, 고요한 밤에 달빛타고 영창에 비친 매화의 맑은 향기로 마음을 달랜 시인처럼, 그 향기와 함께 그리운 어머니를 꿈에서라도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래본다.
 삼월 남도에서 매화꽃 축제를 알린다. 봄날의 설레임. 매화꽃 어울림. 한 장의 사진 속에 화사했던 매화 같은 동인들이 그립다. 그들과 함께 또 다시 봄을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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