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경기 광주의 어린이집 앞에서 4살짜리 남자 아이가 자신이 타고 온 통학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9명의 아이가 통학버스에서 내려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버스 앞에 남아있던 아이를 운전기사가 보지 못한 채 버스를 출발시킨 것이다.
사고 당시 버스를 같이 타고 온 교사가 아이들을 어린이집 안으로 인솔했지만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할 어린이집 앞에서, 그것도 통학버스에 아이가 치이는 사고가 어떻게 날 수 있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런 사고가 난 것도 어린이집이 몰라 행인이 뺑소니 사고인 것으로 알고 신고할 때까지 아이가 도로에 방치돼 있었다는 점이다. 어른들의 부주의로 사고를 당하고도 신속한 구호조치마저 받지 못한 채 숨진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어린이집 앞이나 통학버스 운행과 관련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3년 충북 청주에서 통학버스에 치여 숨진 김세림(당시 3살)양 사고를 계기로통학버스의 안전 관련 규정을 대폭 강화한 이른바 ‘세림이법’이 1월 2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의 통학차량은 관할 경찰서에 의무적으로 신고토록 하고 노란색 도색 및 안전발판·광각 실외 후사경·어린이용 안전벨트 설치 등 어린이 안전규정에 맞게 차량을 구조변경해 승인절차를 거치게 한 것 등이 이 법의 내용이다. 원장과 운전기사가 2년 주기로 어린이 행동특성 등 교통안전 교육도 받게 돼 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가 있어도 사람이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방심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즉 법이 요구하는 안전기준은 상당 부분 충족했지만 정작 안전에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간에 아이를 제대로 챙기지 않은 것이결국 끔찍한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잇단 안전사고는 미흡했던 우리 사회의 안전 관련 규정을 보완 또는 강화하게 했다. 같은 사고를 되풀이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도 강화의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철저하게 안전을 지키지 않으면 사고는 언제라도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 사고는 그대로 보여줬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으로 모두 들어간 것을 분명하게 확인하고 버스가 출발만 했더라도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사고이기 때문이다. 제도와 규정을 아무리 강화해도 안전을 지키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의 의식과 자세다. 특히 자신을 보호하기 어려운 아이들의 안전은 온전히 어른들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