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잊지 않는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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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잊지 않는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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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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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준 한동대 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 교수
[경북도민일보]  얼마 전 삼일절을 맞이하여 한일관계가 더 멀어지는 보도를 접하면서 일본과 독일을 다시금 비교해 보게 된다. 독일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필자는 어느 날 독일의 한 도시에서 길을 걷다가 우연히 보도 블록에 이상하게 새겨진 글이 있어 유심히 보게 되었다. (사진1·왼쪽) 그것을 좀더 자세히 보면서 이것이 바로 당시에 이곳에 살던 유대인들이나 다른 사람들 중 2차 대전에 강제노동수용소에 끌려가 죽은 사람들에 관한 내용임을 알게 되었다. (사진2·오른쪽) 그 내용을 보면 그 사람의 이름과 생일 그리고 나중에 어디서 어떻게 희생되었는지 간략히 새겨 놓았다.
 독일은 과거에 잘못한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여러 도시에 추모 공원을 세우고 유대인 박물관도 건립했다. 하지만 동시에 일반 시민들이 걸어 다니는 곳에 이런 작은 금속 사각형을 박아 놓고 아무도 이것을 제거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을 독일어로는 ‘Stolperstein(슈톨퍼슈타인)’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걸려 넘어지게 하는 거친 돌(stumbling block)’이라는 뜻이다. 홀로코스트(Holocaust) 이전부터 독일에는 길을 걷다가 돌에 부딪혀 넘어지거나 하면 “여기에 유대인이 묻혀 있나 보군”이라고 말하는 것이 하나의 관습이 되었다고 한다. 
 이 기념석은 독일의 예술가인 군터 뎀니히(Gunter Demnig: 1947~)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바로 홀로코스트(원래 그리스어로 번제로 드려진 희생물을 뜻함)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이것은 조약돌 정도의 크기(10㎝ x 10㎝)이며 나찌에 의해 희생된 모든 개개인을 의미하며 돌아가신 분들뿐만 아니라 생존하셨던 분들도 포함한다.
 나찌에 의해 감옥에 갔거나, 안락사를 당했거나, 의료 실험 대상이 되었거나, 강제노동수용소에 갔거나 가스실에서 희생당한 분들 그리고 박해를 피해 해외로 도피했거나 심지어 스스로 생명을 포기한 분들도 포함하고 있다.
 뎀니히는 1992년 나찌에 의해 희생된 집시들을 기념하는 50주년 행사에 처음으로 이 돌을 새겨 독일 중서부의 대표적인 도시인 쾰른의 시청 앞에 박아 넣으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돌은 강제로 삶의 터전을 박탈당한 분들이 이전에 살거나 일하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상징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 거의 대부분이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들인 유대인들이지만 기타 나찌에 저항했던 그리스도인들(가톨릭과 개신교), 집시들, 동성애자들, 여호와의 증인들, 흑인들, 공산당원들, 레지스탕스 당원들, 탈영병들 그리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장애가 있던 분들도 포함하고 있다.
 이 기념석은 물론 독일에 제일 많고 지금도 계속해서 여러 나라로 확산되어 오스트리아, 벨기에, 크로아티아, 체코, 프랑스, 헝가리, 이태리, 룩셈부르그,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러시아, 스위스, 우크라이나 등지에 약 4만개가 있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기념 프로젝트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www.stolpersteine.eu를 참고할 수 있다. 
 과거에 잘못한 역사를 철저히 반성하면서 잊지 않도록 그것을 일상 생활에 하나의 예술품으로까지 승화한 독일인들의 진정성 있는 자세를 일본은 깊이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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