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법, 스토리가 있는 대학, 스토리가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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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법, 스토리가 있는 대학, 스토리가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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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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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목 대가대 영어학부 교수
[경북도민일보]  ‘이야기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생길 예정이다. 약칭 ‘스토리법’이라 부르겠다. 이야기의 원천소재를 발굴, 개발, 유통하는 이야기 전문기업을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도입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이 이야기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 법안을 두고 여야 간 별다른 이견이 없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법률안에 따르면, 이야기 산업이란 ‘이야기의 원천소재를 조사발굴하고 이야기의 창작, 기획, 개발 유통 소비 및 관련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산업’이라고 한다.
언어학 용어로 연어(collocation)이 있다. 단어 전후간의 어울림이다. 유리창은 깨지는 것이지 멸망하는 것은 아니다. 밥상에는 생선이, 연못에는 물고기가 있다. 이러한 단어들 간의 어울림 관점에서 요즘 스토리가 사용되는 연어관계로는 ‘스토리가 있는 섬’, ‘충효와 호국의 얼이 숨쉬는 스토리가 있는 마라톤 코스 개발’, ‘스토리가 있는 음악회’, ‘스토리가 있는 카페’를 들 수 있다.
그리고 대학입시나 입사 시 제출하는 자기소개서는 ‘자신의 스토리텔링’이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단어들 간의 어울림으로 볼 때 스토리란 한마디로 ‘콘텐츠(contents)’, 즉 내용이 있어야 한다. 이야기꺼리가 되고 같이 경험을 공유하고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내용물이어야 하는 것이다.
연극, 영화에는 스토리가 있다. 소설은 영화로 영화는 소설로 노래로 진화하면서 스토리는 전개된다. 소설 해리포터가 영화화되고 반지의 제왕은 게임이 되기도 한다. 중국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게임은 그 종류를 헤아릴 수가 없다. 게임에도 주제와 소재, 장르가 있으며 시간적, 공간적인 배경이 있고 캐릭터와 아이템이 등장한다. 이 모든 것들이 게임의 스토리를 구성한다. 게임스토리를 구현하는 데에도 문학, 음악, 미술, 컴퓨터그래픽, 프로그래밍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하다.
잘 만들어진 게임컨텐츠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도 출시하려면 홍보, 마케팅도 필수적이다.
필자는 스토리, 역사, 문화와 관광, 마케팅이 절묘하게 가장 잘 결합한 예로 중국의 가무쇼를 들고 싶다. 이것은 중국식 오페라라고나 할까! 정확한 예술상의 장르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중국 항주에 가면 송성가무쇼가 있다. 송성가무쇼는 중국 송나라의 수도였던 항주를 기념하기 위해서 만든 테마이다. 공연의 시작은 남송황제의 연회이다. 연회가 끝나고 남송의 유명한 장군인 악비와 금나라와의 전투장면, 그리고 이어지는 황제의 연회에 한복과 아리랑이 등장한다. 남송시대에 실제로 한복을 입은 무희가 아리랑에 맞추어 춤을 추었을 리 없다.
그러나 한국관광객이 많이 송성가무쇼를 보러 오니까 한국사람이 좋아하게끔 한복과 아리랑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인 관광객도 많이 오면 컨트리송도 집어넣을 지도 모를 일이다. 마케팅의 절정이다. 전투장면이 끝나면 뱀과 사람의 사랑이야기가 나온다.
무대에 폭포처럼 물을 쏟아붇는 대담한 발상, 환상적인 빛과 조명, 다양한 주제와 엄청난 스케일에 두 번 놀란다. 문학, 음악, 미술, 연극, 영화, 게임, 오페라, 광고 등과 같은 콘텐츠는 공예, 역사, 언어, 전기, 조명, 인테리어, 의상, 마케팅, 홍보와 같이 스토리산업에서 말하는 스토리의 창작과 이를 기획, 개발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상의 제반 요소들과 함께 하나의 궤를 형성한다.
스토리의 원천소재를 조사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상력과 감동과 유머를 가미하고 이 스토리를 상품화하기 위한 기획, 개발, 전시, 유통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스토리법과 관련해서 국어국문학과 및 각 외국어문계열이 가장 큰 수혜학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몇몇 대학에서는 국어국문학과를 문화컨텐츠학과로 변경하기도 했다.
스토리는 하나의 학과의 경계를 넘는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교양과목과 융복합교과목의 역할이다. 사고와 표현능력을 제고하는 기초 학문과 교양과목의 학습을 통해서 비단 스토리와 관련된 컨텐츠뿐만 학제 간(interdiscipline) 전반의 심도있는 문제해결능력을 갖추게 되어 전공에 있어서도 학문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스토리 산업은 ‘one source multi user’, 즉 하나의 원천에서 비롯되어 다양한 사용자를 위한 다양한 장르로 변신하기 쉬운 응용과 적용분야가 광범위한 산업이다. ‘one source multi user’를 위해서 그 기저에서는 대학에서 학제 간 융복합을 통한 인재양성이 필수적이라고 할 것이다.
오늘날 복잡다단한 우리 사회에서 기존 사회체제에 따른 전통적인 학과개념으로는 우리 사회의 제반 문제에 적시적으로 대처하면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없다. 그래서 주전공, 부전공, 복수전공, 연계전공 뿐만 아니라 융복합전공이 필수적이다. 국문학과 미술 음학, 컴퓨터와 수학, 경영학과 수학, 영어영문전공과 베트남지역학 등과 같은 본인의 전공과 희망, 그리고 사회적 수요에 따른 융복합전공을 통하여 알고리즘(Algorithm), 즉 문제해결능력을 제고시키고 학문적으로든, 실용적으로든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스토리법이 생긴다면 스토리법학과를 만들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수요, 가령, 스토리텔링, 빅데이터, 사이버심리전, SNS 마케팅, 미래학 등 다양한 융복합전공을 탄력있게 대학에서 제공하든, 아니면 자기주도전공, 자기설계전공, 자가창설전공, 그 이름이야 무엇이든 학생 스스로가 창설하는 생물처럼 유기적으로 합종연횡하는 다양한 융복합전공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래야 대학은 다양한 전공을 제공하는 스토리가 있는 대학이 될 수 있고 학생은 역량을 바탕으로 스토리가 있는 삶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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