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식과 개자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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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식과 개자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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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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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
[경북도민일보]  이제 머지않아 산과 들에는 꽃들로 뒤덮일 것이다. 산에서의 꽃은 할미꽃부터 피기 시작해 진달래, 철쭉 등 봄을 상징하는 많은 꽃들이 대자연의 축복의 다툼에서 경쟁하듯 사람들에게 꽃향기를 선사하는 대향연이 시작될 것이다.
 며칠 있으면 청명한식이다. 청명은 음력 3월, 양력 4월 5일경이다. 태양의 황경이 15°위치에 있으며 이 날에 황하의 물은 1년 중 가장 맑기 때문에 절기의 이름을 청명으로 정했다고 한다. 한식과는 하루 전날이거나 같은 날이 되기도 하며 식목일과도 중복된다.
 예로부터 농경사회에서는 농업이 인간의 삶의 그 자체이므로 청명을 기하여서 봄일을 시작하므로 논밭둑의 손질과 가래질을 시작하는 특별한 절기이다. 청명과 한식은 흔히 중복되는 날이 되기 때문에 혼돈되는 경우도 많다.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 3월(음력)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2월에 드는 해도 많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환공에 이어 두 번째 패자가 되어 황제가 된 진나라의 문공이 있었다. 진문공은 어려운 상황과 갖은 고초 끝에 황제에 등극한 인동초 같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년 동안 망명과 낭인 생활을 하면서 그를 황제가 될 수 있도록 충성을 다한 세 사람의 신하 중 가장 충직한 신하는 개자추였다. 개자추는 진문공이 황제로 등극하기 며칠 전 하직인사를 하면서 19년 동안 동고동락을 같이 한 검을 황하강에 던져버렸다.
 그러자 진문공은 아니 된다며 궁궐로 같이 갈 것을 강력하게 권유하였다. 그러나 개자추는 이 일을 정중히 거절하면서 본인이 황제가 된 진문공옆에 있다면 저로 인한 인해장막에 쌓여 정치를 그르칠 수 있으므로 그 동안 홀어머니에게 못 다한 효도를 다한다는 명분을 남기고 면산으로 떠났다. 이 후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 진문공 주위에는 올바른 충신은 없고 온갖 아부꾼으로 인해장막이 되자 진문공은 어려운 시절에 운명을 같이 했던 옛 충신 중 개자추를 부르게 조치하였다.
 개자추가 왕의 부름을 두 번, 세 번 등 끝까지 거부하자 진문공은 마지막 대안으로 면산아래에 불을 놓아 나오게 조치하였다. 불을 붙여 온 산이 불바다가 되어도 끝내 개자추는 나타나지 않고 나중에 확인한 결과 개자추와 어머니가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이에 진문공은 개자추의 충절에 며칠간 눈물을 흘리면서 드디어 칙령을 반포하였다.
 개자추가 죽은 이 날을 영구히 기르기 위해 어느 누구도 화식 즉, 불로 요리한 음식과 가무를 국법으로 금한 날이 오늘 날 청명한식의 유래가 된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한 특별전담위원회까지 발족하여 부정 없는 깨끗한 나라건설을 위해 팔을 걷었다 한다. 부정부패 일소를 위한 노력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국민소득과 세계최고의 교육수준에 걸맞게 공기업 및 공직사회에 부패나 적패해소를 위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부패의 지수는 금메달 수준이라니 청명한식을 맞아 사심 없었던 개자추의 충절에서 1500년 이상 지남에도 시공을 초월해 끊임없이 회자될 수 밖에 없음은 곧 한 인간의 충절에 가치는 어떤 이데올로기나 물질적인 가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경지로 판단돼 교훈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패란 오랜 시간동안의 부패가 개선되지 않고 부패의 잔재가 진화된 구조적인 가장 뿌리가 깊은 형태의 부패형태이다. 이 적패의 대표적 사례의 기억으로 필자가 중학교 때 국사시간에 인상 깊게 수업을 들었다.
 지금은 없어진 제도인데 일종의 이중곡가제 형태인 환곡제도로 조선시대에서의 보릿고개의 심한 고통까지 악용하면서 탐관오리들은 현직에 근무 할 때나 퇴직하여도 양민들에게 갖가지 세금의 명목으로 약탈하여 호의호식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웬만하면 통하거나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심보로 자기조상이 김유신 장군 즉, 흥무왕이나 태조와 같은 왕족을 사칭까지 하면서 약탈의 도는 상상을 초월했다고 한다.
 조선 재정의 주류를 이루던 전정, 군정, 환정 세 가지 수취체제가 나중에 크게 변질되어 다양한 부정부패의 양상들은 양민에게 큰 고통으로 변질된 적패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전정, 군정, 환정 등 삼정문란 중 대표적으로 탐관오리의 적패로 심각했던 환정은 벼의 원곡에 모래나 겨를 섞어 실제 양을 줄이고 대여 후 거둘 때의 모곡은 원곡양에 약정된 이자보다 터무니없이 바가지 씌우듯이 받는 등 다양한 편법이 자행되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정약용이 하늘 아래 환곡처럼 나쁜 것은 없다며 환곡은 비록 부자간이라도 시행할 수 없는 법이라고 개탄한 것도 바로 인간의 탈을 쓰고는 상상할 수 없는 착취의 비극임을 우리는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제 완연한 봄이 왔네요. 희망의 새로운 새 봄에… 개자추 같은 충신은 이 땅에 보이지 않지만 아니 새봄과 더불어 개자추 같은 충신들이 이 땅에 나타나기를 기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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