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 논란 구조적 문제 없나 들여다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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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비 논란 구조적 문제 없나 들여다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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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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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충암고 교감이 식당 앞에서 급식비를 안 낸 학생들에게 ‘밥 먹지 마라’는 막말을 했다고 해서 벌어진 논란은 당사자가 이를 부인하고 나서면서 학교와 학생·학부모 간 진실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모 교감은 7일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급식비 미납학생들에 대한 납부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학생, 학부모님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알려진 것처럼 막말을하지 않았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학교의 박상국 교장도 별도의 글에서 “막말을 했다는 내용이 확인되면 그에 걸맞은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사자가 막말을 한 사실이 없다는 쪽에 방점을 둔 듯하다. 이런 해명에 대해 처음 문제를 제기한 피해 학생 부모 측은 “아이들 보는 앞에서 급식비 안 냈다고 식당에 오지 말라고 한 것도 그렇고, 뻔뻔하게 둘러대는 것도 교육자가 맞는지 화가 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측이 막말을 부인함에 따라 진상조사를 위해 학생인권옹호관까지 파견해 학생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장관도 “교육청 조사 뒤 전국적인 문제가 되면 중앙에서도 진상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는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피해학생 부모 측 말대로 김 교감이 막말을 한데다 거짓 해명까지 한 것이라면 교육자로서는 정말 할 수 없는 반교육적 행태인 것만은 분명하다. 김 교감은 당일 점심 급식을 먹으려고 줄을 선 학생들 앞에서 급식비 미납자 명단을 들고 일일이 신원 확인을 했다고 한다. 이 부분은 김 교감도 시인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급식비를 못 낸 학생들에게 “급식비를 내지 않았으면 먹지 마라”거나 “꺼져라.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전체 애들이 피해본다” 등의 말을 했다고 알려진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납 장부를 보여주며 이른 시일에 납부하라고 말했지만 면박을 주거나 막말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 앞에서 벌어진 일인만큼 진실은 교육당국의 조사를 통해 곧 밝혀질 것이고 이에 합당한 조치도 취해질 것으로 본다. 명색이 교육자이면서 돈 문제 때문에, 그것도 먹는 것을 갖고 학생과 학부모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면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반교육적 행태가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육 당국이 진상을 조사하면서 한가지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김 교감이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반교육적 행태를 보였는지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교육자로서 그 지경까지 가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 대책을 마련하는 데에도 진상규명 못지않게 비중을 둬야 한다.
 학교 측은 올해 2월 졸업생의 급식비 미납액이 3908만원에 달하고 3월에만 미납액이 약 600만원에 이르는 등 학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급식비 납부 지도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3학년도에는 손실액을 맞춰 회계 마감을 할 수 없어 교장 400만원, 교감 250만원, 행정실장 400만원을 대납한 적도 있다고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부분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이번 논란이 자질 없는 교육자의 일탈 행위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부실한 학교 운영에 원인이 있는 것인지 정확히 가려내야 한다. 또 급식을 하는 다른 학교에서도 공통적으로 있는 현상인지도 봐야 한다.
 만일 교직자가 사비를 털어야 할 정도로, 학생들에게 면박을 주면서까지 납부를 독촉해야 할 정도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학교나 교사에게만 책임을 떠넘길 일이 아니다. 가장 인간적이고 교육적이어야 할 학교 현장에서 이를 이끌어야 할 교사가 반교육적 행위로 내몰리는 상황이 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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