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림에서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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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림에서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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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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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래 수필가
[경북도민일보]  K형.
 만물이 소생하는 봄입니다. 오는 봄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싶어 베란다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뒤로하고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아파트 앞 양지에는 매화가 벙글어 있었고, 쑥이며 달래가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완연한 봄에 젖어들려는 찰라 방해꾼이 성큼 나타났지 뭡니까. 봄을 시샘이라도 하려는 듯 오락가락하는 꽃샘추위가 다시 겨울옷을 꺼내 입게 하는가 하면, 불청객 황사가 느닷없이 달려들어 봄기운에 찬물을 끼얹기도 합니다.
 도대체 봄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던 차에 봄을 찾아 나설 기회가 왔습니다. 그곳은 제비가 겨울을 나고 있다는 중국의 강남땅 계림이었지요. 3월 하순을 지나면서 찾아갔던 계림 이야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천하제일산수’라는 이름을 가진 계림에는 봄이 한창이었습니다. 잔물결 출렁이고 있는 세외도원의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에는 파란 이파리들이 돋아나 자라고 있는가 하면 언덕 위에는 복숭아꽃이 만발해 있었습니다. 여기가 바로 도연명리 노래했던 무릉도원인 듯 했습니다. 유채꽃 만발한 이강에는 가마우찌가 날아와 고기잡이를 시작하고 있었고, 용호공원을 둘러싼 산과 물을 배경으로 휘황찬란한 조명을 받으며 하는 야간 뱃놀이에 잠시 넋을 잃기도 했답니다. 요산에서 바라본 기기묘묘한 산봉우리들의 모습은 연신 감탄을 터트리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중국이 산과 강을 배경으로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었습니다. 유씨네 셋째 딸로 분장한 여인이 물 위에 뜬 초승달 위에서 펼치는 춤의 향연이 계림의 산과 물이 배경이 된 무대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주의 유혹을 뿌리치고 목동과 결혼한다는 한 토막의 스토리가 지역 소수민족 전체를 먹여 살리고 있었습니다.
 따뜻한 양삭지방을 찾아 온 서양인들이 겨울 한철을 난 후 귀국여비 마련을 위하여 가지고 있던 옷가지와 소지품들을 팔면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서가재래시장이 그랬습니다. 좌판에는 변변한 상품 하나 볼 수 없었지만 골목을 메우고 있는 세계의 인파를 보면서 놀랐습니다. 이 또한 스토리텔링이 성공한 사례 아니겠습니까.
 경제가 어렵다는 주변의 아우성을 귓전으로 흘려들으며 계림 관광을 나서서 자랑질이나 하려고 이 편지를 쓰는 것이 아닙니다.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지요. 이번 중국행에서 우리가 생산한 휴대폰과 자동차가 지구촌의 첨단 물결을 선도하고 있음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또 “한국돈 2000원!”이라 외치면서 따라오는 장사치들을 보면서 우리 돈의 가치에 자부심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K형.
 우리의 주변은 어떻습니까. 중국의 요커들이 떼지어 몰려와 명동에 돈을 뿌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몇 몇 한류의 성공소식을 접하면서 지금의 현실에 만족하거나 안주하고 있어도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년 사이에 너무도 많이 변한 중국대륙을 보면서 두 다리 뻗고 마음 편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속도를 붙여 따라오는 자에게 추월당하지 않으려면 허리끈을 졸라매야 하겠습니다. 지금이 바로 반성하고 개선할 시간인 동시에 앞으로 뛰어나가는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가 하면 날로 늘어나는 청년실업도 걱정이지요.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세계 143개국 중 118위라는 소식에 망연자실해 있지 말고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봄맞이 차 나선 길이었습니다. 이제 곧 계림의 봄바람이 북상하여 우리 고장에 훈풍이 불겠지요. 꽃샘추위가 지나가고, 중국발 황사도 사라지고 없는 맑은 봄날에 K형을 만나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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