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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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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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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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헌 삼우애드컴 대표
[경북도민일보]  호미곶 출신, 서상만 시인의 ‘호미곶 편지’ 소나무를 심는 사람을 부제로 단 시를 소개한다.
 호미곶 바닷가 돌밭에/근 20년 가까이/등대처럼 외로워도, 꿋꿋이/맨발 맨손으로/나무를 심는 사람/오늘도 그에게서 편지가 왔다//모월 모일/호랑이 꼬리에 나무를 심는다고/바쁘지 않으면 다녀가라고/그리고 솔 향이야/사철 푸른, 먼 천년에 맡기고/지금은 그저 그렇게 서있는/작은 곰솔로만 심자고//해마다 똑같은 마음으로 보내오는/호미곶 편지
 해마다 편지를 보내는 사람은 다름 아닌, 호미곶 바닷가에 소나무를 20년 넘게 심어온, 등대처럼 외로워도, 꿋꿋이 맨발 맨손으로 나무를 심는 영일호미수회 서상은 회장이다.
 올해도 지난 3월 29일 26회째를 맞은 호미수회 나무심기 행사는 해마다 똑같은 마음으로 호미곶면 해안 일대에서 있었다. 지난 1989부터 시작돼 올해 26회째를 맞은 행사의 주제는 ‘나무 심어 숲 이루고 문화예술 꽃 피우자’이다. 지금까지 호미수회가 호미곶 일대에 심은 해송은 약 5만여본이다. 이중 절반은 거센 바닷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고사했으나 절반은 살아남아 지금은 울창한 숲을 이뤘고 숲 지역 일부에선 고라니가 뛰어놀기 시작했다. 이제야 비로소 자연환경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호미수회 회장은 호랑이 꼬리에 털을 심는다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70여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많은 일을 했지만,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은 없었다”고 했다. 때문에 이 사업에 대한 사명감 하나로 현재까지 조림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에게 이 사업에 대한 소원이 있다면 산림조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결같이 형제는 호미곶에 살아온 것이다. 물론 사는 곳은 다르지만, 고향에서 형은 해마다 똑같은 마음으로 보내오는 호미곶 편지를 부쳐오고, 동생인 서상만 시인은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아 이렇게 편지에 화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십 년도 넘게/소나무를 심느라/다 늙은/빈털터리 우리 형님//스치는 잔바람에도/입을 여는/저, 솔바람 향기가/그의 유산이다
 호미곶이 고향인 서상만 시인의 ‘솔바람 향기’란 시다. 매년 이른 봄마다 그곳에 소나무를 심어온 사람에 관한 시다. 그 누가 무슨 말을 하더라고 한결같이 호랑이 꼬리에 털을 심어온 그 주인공이 바로 시인의 형님이다. 바닷바람 심한 호미곶에 봄마다 어린 소나무를 심는 그 열정으로 호미곶은 바다만 푸른 것이 아니고 뭍 또한 솔바람 푸른 향기 지천으로 머물 수 있는 것이다. 스치는 잔바람에도 입을 여는 저, 솔바람 향기가 그의 유산임을 서상만 시인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 소나무는 바로 형제들의 삶을 연상케 한다. 지난 2003년 11월에 원로 형제 작가가 나란히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형 서상은 수필가는 ‘2013 대한민국 향토문학상’ 본상에 선정되었고, 동생 서상만 시인은 ‘제13회 최계락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소나무는 이렇게 수상을 통해 자신의 삶에 다른 길을 묵묵히 걸어왔지만, 함께 거목으로 새롭게 손잡을 수 있게 된 것이어서 보기에 좋았다.
 식목일(植木日)은 말 그대로 나무 심는 날이다. 1973년 실시한 제1차 치산녹화 10년 계획을 수립하고 온 국민이 나무를 심고 가꾸어 왔다. 매년 각 지자체에서는 식수 행사로 ‘한 그루의 나무가 지구를 살립니다’ 라는 주제로 기후변화의 원인인 지구온난화에 대해 대책을 강구하고, 녹색 복지도시를 만들기 위해 직접 나무를 심는 등 ‘한 가정 한 나무 심기 운동’ 이나 ‘한 사람이 나무 한 그루 심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 다시 올해 식목일을 보냈다.
 ‘나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명언이 새삼 다시 생각난다. 올해는 자기 이름을 단 어떤 나무라도 심어 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사과나무는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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