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책임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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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책임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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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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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준 한동대 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 교수
[경북도민일보]  작년 4월 16일 476명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로 항해하다 진도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 사건은 2012년 1월 13일 4200여 명을 태우고 지중해를 여행하던 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이탈리아 북서 해변 토스카나 제도의 질리오 섬 인근에서 암초에 부딪혀 좌초되면서 침몰한 사건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하지만 두 사건의 피해는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난다. 콩코르디아호 침몰 사건에는 11명이 사망했고 20여명이 실종되었으나 세월호는 탑승인원 476명 중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되었다.
 마치 현대판 타이타닉호 사건을 연상시키는 이 참사에 대해 사고 경위를 조사하면서 결국 두 사건 모두 궁극적인 책임은 선장의 무책임한 실수였음이 드러났다. 콩코르디아호의 경우 선장이 휴가를 떠나지 못한 승무원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이 승무원의 고향인 질리오섬 해안 가까이 접근하는 위험한 항로를 택하여 사고를 유발했으며 세월호 선장 또한 구조할 수 있는 황금시간을 다 놓치고 승객들을 내버려둔 채 제일먼저 구조되었다는 것이다. 이 무책임한 선장 한 사람 때문에 귀중한 생명을 잃은 승무원들과 승객들만 어처구니 없이 희생양이 되고 만 것이다.
 이 사건을 보며 우리는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것은 운명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데 온 천하와도 바꿀 수 없는 수많은 귀한 인명과 그 큰 배를 운항하는 선장의 무책임한 언행은 모든 사람들의 비난과 분노의 대상이 되기에 마땅하다. 하지만 이러한 비극 가운데서도 학생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자기 생명을 포기한 분들의 안타까운 소식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몇 년 전 독일 개신교회 전체가 충격에 사로잡힌 때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국가 개신교회(EKD: Evangelische Kirche Deutschland)의 총회장으로 그것도 최초의 여성 총회장으로 선출되어 장래가 촉망 받던 분(Margot Kaessmann 마르곳 케제만)이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사퇴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분이 어느 날 저녁 늦게까지 파티에 참가하여 포도주를 마시고 귀가하다가 그만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지나갔고 마침 그곳에 있던 경찰에 적발되어 음주 측정을 하게 되었는데 알콜 농도가 허용치를 넘어 음주 운전에 걸린 것이다. 결국 이 신임 총회장은 당일 경찰서로 가서 조사를 받았고 신분이 밝혀지면서 다음 날 이 사건이 언론에 폭로되자 즉시 총회장직을 사퇴한 것이다.
 나아가 미국의 닉슨 게이트와 같이 독일 대통령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한 적이 있다. 현재 가욱(Gauck) 대통령과 함께 당시 홀스트 쾰러(Horst Koeller) 대통령의 후임으로 경합을 벌이던 크리스치안 불프(Christian Wulff) 대통령이 니더작센 주지사 시절 주택 구입을 위해 특혜성 저리의 사채를 쓴 사실이 드러나자, 이와 관련된 보도를 막으려고 언론사에 개인적으로 전화하여 압력을 행사한 사실까지 보도되면서 여론이 악화되었고 결국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이다.
 또한 39세라는 약관의 나이에 독일의 기술경제부 장관을 거쳐 국방 장관을 지내면서 독일의 차세대 리더로 촉망받던 젊은 정치인 구텐베르그(Karl-Theodor zu Guttenberg)씨도 자신이 바이로이트 대학 박사 학위 논문이 표절시비에 휘말리자 처음에는 완강하게 사임을 거부하다가 지식인들의 압력에 마침내 굴복하여 사임했으며 나중에는 하원의원직도 내려 놓았다. 또한 교육부 장관이면서 앙겔라 메르켈 수상의 가장 든든한 정치적 동료였던 아네테 샤반(Annette Schavan)도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받은 박사 학위 논문이 표절로 밝혀 지면서 결국 사임하였다.
 한 단체의 리더가 된다는 것은 이만큼 큰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함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어떤 문제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 드러났을 경우 깨끗하게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누구든 실수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실수에 대한 우리의 자세이다. 리더들이 먼저 이렇게 성숙한 책임의식을 가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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