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의 안보지형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침략국이며 패전국인 일본이 미국의 지원 아래 전후 70년 만에 군사력 사용의 범위를 대폭 넓히는 데 성공했다. 미국과 일본은 27일 뉴욕에서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를 열고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새 지침은 자위대와 미군의 공동행동 반경을 동북아에서 전 세계로 넓혔다. 이에따라 일본 자위대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미군 지원 활동에 나설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우주와 사이버 공간에서도 미국과 군사협력을 할 수 있게 됐다. 양국은 또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도서(섬)를 방위한다는 내용과 미국을 표적으로 하는 탄도 미사일을 일본 자위대가 요격한다는 내용 등을 명기했다. 미일동맹이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고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아울러 일본은 동맹국 등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할 수 있다는 이른바 ‘집단자위권’의 행사가 가능해졌다.
우리는 일본 자위대가 유사시 한반도 주변에 병력을 파견할 가능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방부는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주변지역에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때 한국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미일 방위지침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8일 “유사시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권한 행사는 우리의 요청과 동의 없이는 일절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것을 관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아베 정권은 과거 침략 행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으며, 지금도 우리 영토인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미일간 군사밀월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만일 독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한일 양국간에 무력충돌이 벌어진다면 미국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한층 긴밀해진 미일동맹이 과연 한미동맹의 견고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나.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이 동북아에서 군사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주요 안보 파트너로 삼고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용인한다는 전략은 이미 오래전에 알려졌다. 우리안보당국은 그런 전략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충실한 연구 검토를 했는지 의문이다. 일단 미일의 군사적 결속 강화는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대북 억지력 제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일본의 거침없는 재무장과 집단자위권 행사는 중국과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도 크다. 일각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일과중러의 신냉전체제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외교 안보 당국자들은 미일간 밀월이 한반도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미동맹과 한중, 한일 관계를 잘 관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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