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12번째 등재 앞두고 아쉬움이 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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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12번째 등재 앞두고 아쉬움이 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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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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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문화재가 세계무대에서 또 한 번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최근 공주·부여·익산 일대의 백제역사유적지구를 세계유산에 등재할 것을 권고하는 평가보고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는 소식이다.
 등재를 심사하는 세계유산위원회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이코모스의 평가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관행이라 오는 6월 말~7월 초 독일 본에서 열리는 제39차 회의에서 백제역사유적지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종묘, 경주역사지구,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등을 포함해 모두 12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갖게 된다. 또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과 개성역사유적지구, 그리고 중국 동북지방 일대의 고구려 유적을 합치면 한민족 관련 세계유산은 15건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게 된 이번 쾌거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대목도 있다. 우선 이코모스는 조선인 강제징용의 역사적 현장이 포함된 일본의 산업시설 23곳도 에도(江戶)시대 말기부터 메이지(明治)시대에 걸쳐 조성된 일본 산업혁명의 역사적 유산으로 인정해 세계유산 등재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한다.
 다카시마 탄광 4만명, 나가사키 조선소 4700명 등 7곳에서 약 5만7000명의 조선인이 강제노역에 시달렸고 하시마 탄광은 ‘지옥도’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살인적인 환경이었다. 일본이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보존하는 것이면 모를까 인류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을 보호한다는 취지인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 시설들을 등재하려는 것은 후안무치이고 적반하장인데도 1차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 산업시설의 등재가 부당하다고 호소했지만 결국 저지하지 못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앞으로 21개 세계유산 위원국에 대해 우리 입장을 전방위적으로 강하게 설득해 나가는 한편 모든 가능한 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본은 자기들이 추천한 문화유산 중 이코모스의 등재 권고가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거부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며 등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유네스코 예산을 가장 많은 내는 나라는 일본이다. 우리의 외교력이 다시 한계를 노출하지 않을지 벌써 걱정이다.
 이와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 과정을 보면 우리의 문화, 자연 유산을 세계에 알리는 노력이 범정부적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의구심이 든다. 지금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은 문화유산 779건, 자연유산 197곳, 복합유산 31곳 등 모두 1007곳이다. 일본이 18건, 중국은 47건인데 우리는 11건이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적 깊이, 아름다운 자연을 고려할 때 우리 유산이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숫자보다는 내실이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경우 백제역사 700년 중 500년을 차지하고 풍납토성, 몽촌토성, 석촌동고분군, 아차산성 등 백제 유적이 가장 많은 서울의 유적은 빠졌다. 이번에 포함된 공주·부여·익산 일대의 8곳은 백제 후기 200년의 유적들이다.
 혹시 지자체 간 경쟁이나 견제의 결과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제부터라도 세계유산 등재와 같이 우리 문화와 자연을 세계에 알리는 일은 소프트파워 외교 차원에서 중앙 정부가 나서 더욱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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