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은 ‘가슴으로 낳은 사랑’을 품고 보살피는 이들을 위해 제정된 ‘입양의 날’이다.
정부는 10년 전 한 가정이 한 명의 아동을 입양해 새로운 가정으로 거듭나게 하자는 취지로 5월 11일을 입양의 날로 정했다. 가정이 필요한 아이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고, 새 부모에게도 행복을 안겨주자는 구호를 내걸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매년 2000여명이 해외로 입양되던 당시 현실을 보다 못해 국외 입양보다는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제정한 날이다. 이제는 우리가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었다고 하지만 이혼과 미혼모의 증가, 경기침체, 각종 사회적 문제 등으로 다른 가정에 입양되거나 위탁되고 버려지는 아이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물론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지만 입양아동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어떤 제도와 사회적 시각이 필요한지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보건복지부가 제10회 입양의 날을 맞아 공개한 통계를 보면 지난해 법원에서 국내외 입양허가를 받은 아이는 1172명으로, 2013년보다 250명 늘었다. 국내 입양이 637명으로 전년도 686명에서 조금 줄었고, 해외 입양은 236명에서 535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면서 ‘비밀 입양’이 어려워지자 미혼모가 입양을 꺼리게 되고 영아 유기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영아 유기 발생 건수는 2009년 52건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하다가 입양특례법 개정 후인 2013년 225건으로 급증했다. 교회 등의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영아는 제대로 신고조차 되지 않는 현실이다. 서울의 한 교회가 마련한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신생아만도 2009년부터 5년간 700여명, 작년에만 280명이 넘었다고 한다.
미혼모가 키우지 못하는 아이를 정부가 보호하든지 양부모를 만날 기회라도 줘야 하지만 입양이 신고제에서 법원 허가제로 바뀐 뒤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는 비판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입양 관련 제도를 국제적 기준에 맞추고 아이에게 최선의 도움이 가도록 정비했다는 정부 설명도 틀린 것은 아니다.
입양부모의 경제수준이나 건강, 정신문제 등을 엄격하게 심사하고 자기가 낳은 자녀임을 증명하는 절차는 당연히 필요하다. 복지부는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입양아동양육수당 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입양아동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늘려나가겠다고 했다. 반가운 얘기지만 단순히 입양을 활성화하는 게 최선의 길은 아니다.
입양의 질을 높여 아동 중심의 입양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낳은 부모가 아이를 기를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생활고 등으로 홀로 아이를 키우기가 버거운 미혼모·미혼부의 현실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다. 미혼모 자녀에 대한 양육 서비스 지원을 현실적으로 늘리고 미혼모의 취업과 교육 등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지원책도 병행해야 한다. 이들에게 양육비 부담 못지않게 견디기 어려운 것이 사회적 편견이라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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