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낭만 넘치던 그때 그시절 ‘쎄시봉’
  • 이부용기자
음악과 낭만 넘치던 그때 그시절 ‘쎄시봉’
  • 이부용기자
  • 승인 201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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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감독 영화 ‘쎄시봉’ 13일까지 포스코 효자아트홀

[경북도민일보 = 이부용기자] “이제 밤도 깊어 고요한데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잠 못 이루고 깨어나서 창문을 열고 내어다 보니/ 사람은 간 곳이 없고 외로이 남아있는 저 웨딩 케이크/ 그 누가 두고 갔나 나는 가네 서글픈 나의 사랑이여/ 이 밤이 지나가면 나는 가네 원치 않는 사람에게로∼.”
 김현석 감독의 영화 ‘쎄시봉’이 오는 13일까지 포스코 효자아트홀에서 상영된다.
 영화는 전설의 포크 듀오 ‘트윈폴리오’(송창식·윤형주)가 1981년 발표한 번안곡 ‘웨딩 케이크’에서 출발했다.
 경쾌한 멜로디의 원곡과 달리 가슴 시린 이별의 심경을 담은 슬픈 가사의 곡에 대한 김 감독의 상상이 ‘트윈폴리오’가 원래는 듀오가 아니라 3명으로 구성된 팀이었다는 점과 만나 스크린에 옮겨진 것.
 1960년대 젊음의 거리 무교동에 위치한 음악감상실 ‘쎄시봉’. 이곳에서 시인 윤동주의 육촌 동생이자 연세대 의대생인 ‘엄친아’ 윤형주(강하늘 분)는 평생의 동료이자 라이벌이면서 모든 면에서 자신과는 정반대인 송창식(조복래)을 만난다.
 쎄시봉 사장(권해효)은 윤형주와 송창식으로 팀을 꾸려 가수 데뷔를 시키려고 “잘난 놈들의 완충제 역할”을 해 줄 또 다른 멤버를 찾는다.
 프로듀서를 자칭하던 이장희(진구)에 의해 얼결에 ‘트리오 쎄시봉’의 멤버로 영입된 오근태(정우)는 ‘쎄시봉 죽순이’ 민자영(한효주)에게 첫눈에 반해 노래를 부르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실제로 존재했던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무대로 이곳이 낳은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등 실존 인물과 그들의 노래에 가상 인물인 ‘제3의 멤버’ 오근태와 ‘쎄시봉의 뮤즈’ 민자영의 사랑 얘기를 더했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악상이 떠올랐다며 “조개 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와 같은 명곡을 쏟아내는 두 천재 사이에서 기타 코드도 제대로 잡지 못해 절절매는 오근태지만 그를 비틀스의 링고 스타와 조지 해리슨에 비유하던 민자영을 위해 기타를 배우고, 노래를 부른다.
 민자영과 연인 사이가 된 오근태는 (이장희가 써 둔)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그건 너’ 등을 불러 주며 “평생 너를 위해 노래를 불러 줄게”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연기자를 꿈꾸던 민자영은 ‘트리오 쎄시봉’의 공식 데뷔를 앞둔 날, 스타 영화감독의 영화 출연 제의와 프러포즈를 받아들이는데….
 영화는 김 감독의 말대로 “음악 영화이자 멜로 영화”다.
 한국 가요계에 포크 열풍을 가져 온 ‘쎄시봉’을 통해 낭만이 가득하던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자극한다.
 극중 40·60대 이장희 역을 맡은 장현성은 “요즘 삶의 속도가 빨라져 손안에 있는 전화기 하나로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대가 됐는데 사실 다들 외로운 것 아니냐”면서 “‘쎄시봉’은 눈을 바라보고 얘기하는 사람들의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누구든 한 번쯤은 경험했을 가슴 시린 첫사랑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으며 각자의 추억을 더듬게 한다.
 전작 ‘광식이 동생 광태’(2005)와 ‘시라노: 연애 조작단’(2010)에서 다소 어수룩하고 사랑에 서툰 남자들의 모습을 그렸던 김 감독은 이번에도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순정남의 모습을 담아냈다.
 이장희의 노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의 가사처럼 민자영을 위해 못할 게 없었던 오근태는 이 때문에 평생 말 못할 비밀을 안고 친구들과 연락도 끊고 지낸다.
 영화는 ‘쎄시봉’이 남긴 명곡을 끊임없이 펼쳐 놓으며 주옥같은 가사의 의미를 새삼 곱씹어보게 한다.
 김희애(40대 민자영 역)는 “대단한 그룹이 있었구나, 빛나는 노래가 있었구나 라는 것을 자칫 그냥 흘러갈 수도 있었는데 하나의 기록처럼, 선물처럼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김희애는 영화 엔딩곡이기도 한 ‘웨딩 케이크’를 직접 불렀다.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송창식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신인 배우 조복래 등을 비롯해 실존 인물과 배우의 높은 싱크로율로 화제가 됐다. 장현성은 이장희에 대해 “그렇게 열정적인 남자는 본 적이 없다”며 “나를 어떻게 표현해달라고 할 쩨쩨한 분이 아니다. 그냥 ‘알아서 멋지게 해줘’정도의 말씀만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송창식은 미사리 라이브카페에 찾아온 조복래에게 “노래는 포기해라. 네가 아무리 잘해도 날 따라올 수 없을 거야”라며 ‘쿨하게’ 조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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