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총기사고도 안전불감증서 비롯된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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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총기사고도 안전불감증서 비롯된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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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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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목 대가대 영어학부 교수
[경북도민일보] 지난 13일 서울 내곡동 예비군훈련장에서 발생한 예비군 총기사고는 창군 이래 최초로 예비군훈련 중에 발생한 참사이다. 찰나의 순간에 총구가 향하는 물리적인 방향에 따라, 또 사격훈련장에서 예비군들이 사격대형을 갖추려고 오와 열을 맞추어 정렬해서 자리를 정하는 그 순간, 생사의 운명이 갈렸다. 참으로 애통하다.
 보도에 의하면 예비군훈련 중 총격을 가한 최모씨가 총구를 돌릴 때 장교, 조교 모두 대피했다고 한다. 사격훈련장 통제를 위해 사격장에 배치된 대위 2명과 현역병 조교 6명은 최모씨의 사격에 사로 뒤의 경사지로 몸을 피했다고 하는데, 사격장 통제장교로 통제탑에 있던 대위 1명이 몸을 피한 뒤 총소리가 멎은 후 마이크로 대피하라고 외쳤다고 한다. 이를 탓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본능이다. 이를 탓할 수는 없다. 전혀 예측하지 않은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다가 장교로서 책임감으로 사태수습에 나선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총알이 날아오리라고 예측이 되는 전시상황이 아니라면, 총소리를 듣고 바로 즉각적인 응사나 기타 대응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비난을 면할 수 없는 것은 분명히 각 사로마다 총기를 전방으로만 향하게끔 안전고리가 있지만, 통제조교의 수가 적어서 최모씨가 총기를 안전고리에 고정하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 것에 있다. 왜 통제요원을 더 투입하면 안 되는가? 만일 하나의 사로에 한명의 조교가 각각 배치되었더라면, 배치돼서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았더라면 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 더 배치하지 않았는가의 질문에 우리는 늘 그 답을 예상할 수 있다. 인력과 예산타령일 것이다. 그런데 웬 방산비리, 그리고 허무하게 탕진한 국방예산, 그 역풍에 마주한 정치인들….
 또한 동원예비군 훈련장에서 규정과 다르게 예비군에게 실탄 10발이 장전된 탄창을 지급한 것도 규정위반이라고 한다. 동원예비군 훈련장에서는 표적지에 난 탄착군을 조정하는 영점사격 때 실탄 3발을 지급하고, 25m 전방의 표적지를 조준사격을 하고 클릭조정을 한 후, 실탄 6발을 지급해서 기록사격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사고가 난 동원예비군 훈련장에서는 한꺼번에 10발을 지급하였다고 한다. 이것도 규정을 무시한 ‘빨리 빨리’의 속성이다. 절대 양립할 수 없는 말이 있다. 신속정확이다. 신속하면 정확할 수가 없다. 규정을 지키면 안전하되 속도는 느리다.
 일본은 매뉴얼에 의존하는 매뉴얼국가이다. 가능한 모든 경우를 고려한 매뉴얼에 따라 움직인다. 매뉴얼의 치밀함과 세심함보다 더 무서운 것은 매뉴얼을 철저하게 지키고 따른다는데 있다. 매뉴얼에 없으면 그냥 기다린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매뉴얼이 있다 치더라도 치밀하지도 않거니와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사람을 보고 ‘앞뒤가 꽉 막힌 사람’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다. 융통성 있게 일을 신속하게 잘 처리하는 사람을 보고 시원시원한 사람이라고 칭찬한다. 그러니 욕먹기 싫고 대충 융통성이랍시고 임시변통으로 때우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데자 뷔(deja vu)’와 같이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어 일어나는 것이다.
 필자는 적어도 안전의 영역에서는 원칙과 규정대로 하자는 것이다. 과거 필자가 공군장교로 통역업무를 할 때 미군과 같이 근무하면서 화가 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것은 철저히 규정에 근거하고 규정을 따지고 귀하게 여기는 그네들의 정서와 사고였다. 그들이 가장 많이 말하는 영어 문장은 “According to the regulation of ~~, article No. ~~.” 이다. 즉, “무슨 규정, 제 몇 조에 따르면” 이 말이다.
 군 당국은 이번 예비군훈련장 총기참사와 관련하여 사격장 사로 간 방탄유리설치, 예비군 1인에 1인의 조교배치, 신형방탄복의 조교지급 등 대책 안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사격장 통제관이 총기난사범에게 실탄사격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안도 들린다. 만일 이 통제관의 상태는 누가 파악하고 통제하는가?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대구 매천동 소재 대구사격장에는 공기총사격장, 클레이사격장, 서바이벌훈련장, 그리고 실총사격장이 있다. 나는 실총사격장에서 K-38 리볼버 권총을 쏜 것으로 기억하는데, 오로지 이 총은 전방만을 향하도록 쇠사슬로 묶여져 있다.
 예비군훈련도 군사훈련이니만치 훈련 중 총기는 지급되어야 한다. ‘총기는 제2의 생명’이라 하고, 총기를 분해하고 조립하고 다루는 과정도 훈련이다. 그러나 사격훈련에서 만큼은 개인총기로 사격하지 않고, 사격훈련장 전용으로 후방으로 돌릴 수 없이 오로지 전방으로만 총구가 고정된 총을 사용하면 어떨까 한다. 물론 각 총기마다, 그리고 사수마다 몸의 밀착, 가늠쇠, 가늠자 그리고 시선의 조준선정렬 습관에 따라 영점조정이 달라 정확한 사격이 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5m 사거리에서 영점조정의 개인차는 미세해서 무시할 수 있는 정도일 것이다. 비용대비 효익으로 영점조정을 포기하고 안전을 택하는게 어떨까 한다. 또 ‘개인화기조준경’이 보편화되면 조준선정렬은 필요없게 될 것이다. 물론 저격수, 스나이퍼는 영점조정이 필수이겠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안전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안전과민증 환자로 몰지 말자.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을 보고 기우(杞憂)라는 말을 떠올린다. 기(杞)나라의 어떤 한 사람이 만일 하늘이 무너지면 어디로 피해야 할 것인가를 늘 걱정한다(憂)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제는 기우를 걱정하자. 제발 매뉴얼대로 움직이고 안전을 최우선 순위 중의 하나로 설정하고 소심해지자. 중국어에서의 소심(小心)은 ‘조심하고’, ‘주의하고’, ‘세심하다’는 의미이다. 매뉴얼과 규정에 대범하지 말고 소심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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