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부터는 은행이나 증권사를 가지 않고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이런 내용의 비대면 실명 확인 방안을 내놓은 것은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핀테크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굳이 금융사 창구 직원과 고객이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실명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 발전이 이뤄졌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1993년 도입된 금융실명제의 두 원칙 중 본인 여부 대면 확인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차명 금융거래 금지만 남게 된다.
이번 규제 완화는 이처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법·제도를 시대 상황과 기술 진보에 걸맞게 개선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선의를 범죄자들이 악용하면 제도 개선의 이익보다 더 큰 역효과와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책이 있어야 하겠다.
영상통화를 하면서 휴대전화에 있는 고객의 얼굴을 보고 본인임을 확인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미덥지 않다. 또 현금카드나 보안카드를 고객에게전달할 때 신분증을 확인한다는 것은 그간 관행으로 볼 때 실효성이 있을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당국은 비대면 실명 확인 조치가 금융사기에 악용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지만 시행 때까지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좀 더 세심하게 대비했으면 한다.
당국은 금융실명제를 완화하는 이번 조치의 불가피성도 국민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인터넷 전문 은행 개설, 지점 개설·유지 비용 감소, 지방은행의 전국적인 영업 확대 등을 통해 경쟁이 유발되면 그 혜택이 일반 금융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또 IT(정보기술)와 금융이 결합된 핀테크 분야에서 우리나라 금융사들도 본격적으로 국제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이런 긍정적인 면을 잘 이해시키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들을 철저히 준비해 이번 조치가 ‘책상머리 전시 행정’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금융소비자, 금융산업, 그리고 국가 경제에 모두 도움이 되는 규제완화의 모범사례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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