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독일, 전혀 다른 화해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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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독일, 전혀 다른 화해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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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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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준 한동대 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 교수
[경북도민일보] 지난 4월 29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미국 상하원에서 일본 총리로서는 최초로 연설을 했다. 하지만 이 연설에서도 그는 일본이 과거에 한국 및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해 ‘깊은 반성(deep remorse)’라고 했지만 진심으로 사죄하거나 화해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은 그 동안 독일의 총리들이 보여준 모습과는 너무나 큰 대조를 이룬다.
 독일에서는 2차 대전이 끝난 후 화해 운동이 일어났다. 로타 크라이식(Lothar Kreyssig)이라고 하는 변호사에 의해 주도된 이 운동은 평화를 위한 화해 봉사 운동(The Action Reconciliation Service for Peace, 독일어로는 Aktion Suhnezeichen Friedensdienste·ASF)라고 하는데 독일 개신교회가 1958년에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이것은 독일이 양차 세계대전에서 저지른 범죄를 인정하고 국제적인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의 여러 나라에 가서 봉사하는 제도였다.
 매년 약 180여명의 젊은 청년들로 구성된 자원 봉사자들이 독일에 의해 고통 받은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방문해 봉사했으며 물론 이스라엘과 미국에 가서도 봉사활동을 했다. 이들은 전후 세대로서 독일을 대표해 그들이 방문한 나라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나아가 전후에 기독교 민주당 (CDU)을 창설해 초대 수상을 지내면서 라인강의 경제 기적을 일으킨 콘라드 아데나워(Konrad Adenauer) 또한 진정한 화해자였다. 그는 전후에 당시 프랑스의 수상이자 나중에 유럽 연합(European Union)을 창설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로베르 쉬망(Robert Schuman)과 화해하면서 유럽 연합의 전신인 석탄-철강 공동체를 만들어 유럽의 평화와 화해를 이루는 역사를 만들어 내었고 그 후 1951년 9월 서독 국회에서 역사적인 연설을 했다.
 즉 서독 정부는 홀로코스트로 사망하거나 고통 당한 유대인들을 위해 이스라엘에게 보상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 결과 1년 후에 한 법안이 통과됐는데 이것을 이스라엘과 서독 간의 보상협정(The Reparations Agreement between Israel and West Germany, Wiedergutmachungsabkommen)이라고 한다.
 1년 후 이 법이 시행돼 당시 독일 마르크로 30억 마르크라는 거금을 14년에 걸쳐 지불했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독립한 후 사회 기간 산업 및 간접 자본 시설을 건설하는데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 되었다. 가령 이스라엘 정부의 국고 수입 중 1956년에는 서독 정부가 제공한 자본이 전체 수입에서 87.5%를 차지했다고 한다. 당시 동독도 폴란드와 소련에 대해 보상금을 지불했다.
 서독 정부에서 이 보상금을 지불하도록 세운 법안을 BEG(Bundesentschadigungsgesetz, Federal Compensation Law)라고 한다. 이 법안은 1980년 중반까지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 대해 계속 실행되었는데 심지어 1941년에 중립국이었지만 폭격을 당한 아일랜드에게도 보상금이 지급되었다.
 지난 2012년 말까지 독일 정부가 여러 나라에 실제로 지급한 보상금 총액은 가히 천문학적 숫자로 70조500억 유로라고 한다. 이를 한국 원화로 환산한다면 약 8경489조원에 달한다. 필자는 독일이 통일의 축복을 받은 것은 이렇게 사죄와 화해의 사명을 철저히 감당했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 교회 중에는 ‘화해 교회’(Versohnungskirche)라는 이름이 매우 많으며 독일의 신학에서도 ‘화해의 신학’이 매우 중요한 주제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직도 독일이 침략했던 나라들에 있는 독일 대사관을 가보면 첫 번째 창구의 업무 리스트에 아직도 이 보상(Wiedergutmachung) 업무를 제일 위에 적어 놓았다는 사실이다. 즉 지금도 과거에 독일로부터 피해를 당한 사람은 누구든지 보상받을 권리가 있으며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독일의 진정성 있는 화해 노력을 일본은 겸허히 배워야 할 것이며 그래야 국제 사회에서 책임 있는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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