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메르스 대처 - MB 광우병 대응과 닮은 꼴
  • 한동윤
朴정부 메르스 대처 - MB 광우병 대응과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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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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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 상처 치료하는 심정으로 국가 결함 다뤄야’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이명박·박근혜 정부같은 보수정권을 평가할 때 꼭 인용하는 경구가 있다. 근대 보수주의 사상의 태두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 )의 “보수주의는 아버지가 자식의 상처를 치료하는 심정으로 국가의 결함을 다루는 것”이라는 정의다. 또 보수경제학자 피터 드러커의 “‘보수’란 현상을 고수하려는 성향이 아니며, 부단히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고민하는 사조”라고 정의했다.
 ‘보수’를 표방한 박근혜 정부에 필요한 것은 바로 ‘아버지가 자식의 상처를 치료하는 심정으로 국가의 결함을 다루는’ 손길이다. 또 ‘부단히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고민하는’ 사고(思考)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게 부족해 보인다.
 중앙일보는 최근 칼럼을 통해 ‘아버지가 자식의 상처를 치료하는 심정으로 국가의 결함을 다루는 심정’이 결여된 보수 정부의 맨얼굴을 비판했다. 세월호 침몰 한달 반이 지난 지난해 5월 1일. 진도체육관에 나타난 정홍원 당시 총리에게 실종자 가족이 던진 질문으로 글이 시작된다. (가족) “현장에 다녀왔나.” (정 총리) “다녀오지 못했다.” (가족) “오늘 총리께서 수습된 아이들의 시신이 어떤 모습인지 꼭 봐야 한다.” (정 총리) “일정 때문에 오늘 오후 (서울에) 올라가야 해서….” (가족) “아이들 시신이 심하게 부패했다.” (정 총리) “최대한 노력하겠다. 그런데 일정이 있어서…. (가족들이 분노하자 그제야) 그렇게 하겠다.” 정 총리에게는 유족들의 애타는 가슴보다 ‘일정’이 중요했던 것이다. 중앙일보는 정 총리가 “당장 현장에 가자. 시신을 모두 수습할 때까지 함께 지키겠다.” 그러고는 체육관 바닥으로 내려가 실종자 가족을 부둥켜안고 한바탕 울어야 했다고 정리했다. 정 총리에게서 ‘아버지가 자식의 상처를 치료하는 심정으로 국가의 결함을 다루는’ 손길은 느껴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1년여 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터졌다. 이번에도 정부는 초등 대응에 문제를 드러냈다. 메르스 환자가 나온 병원 명단을 국민들은 알고 싶어했지만 정부는 무엇 때문인지 이를 숨겼다. 병원 이름을 공개하는 데 따른 ‘패닉’을 걱정했겠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 정치’ 한방에 무너졌다.
 병원 명단이 공개되자 그 안에 초일류라는 ‘삼성서울병원’이 포함된 사실이 밝혀졌다. ‘슈퍼갑’ 때문에 명단 공개가 늦어졌다는 의혹이 나돌았다. 정부로서는 억울할지 모르지만 우리사회는 괴담과 악담의 늪이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광우병 촛불시위가 벌어지자 대수롭지 않게 취급했다. 사실 미국 쇠고기 = 광우병이라는 촛불세력의 주장은 허위였다. 그래서인지 국민을 설득하는 데 소홀했다. 광화문이 점령당하고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들었다. 광화문 광장에 나타날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당시 한승수 총리는 “촛불시위 현장에 왜 안 나갔나. 봉변이 두려웠나”라는 여당 의원 질문에 “꼭 시위 현장에 나가지 않더라도 시민들의 소리는 여러 경로를 통해 정확히 듣고 있다”고 답했다. 집무실에 앉아 TV로 광우병 난동이 확산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이 이명박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었다. 광우병 촛불세력은 그 후 제주도 해군기지, 평택 미군기지 이전, 영도조선소 정리해고 현장 등으로 이리 저리 옮겨 다니며 분탕질을 했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는 이제 갓 2년이 지났을 뿐이다. 3년에 가까운 임기가 남아있다. 그건 그만큼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아버지가 자식의 상처를 치료하는 심정으로 국가의 결함을 다루는’ 정성으로 국정에 임해야 한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여성’이다. 따뜻한 눈길과 손길로 ‘자식의 상처’를 치료한다면 박 대통령의 성공은 힘들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에 인물을 등용해야 한다. 대통령 앞에서도 충간(忠諫)을 서슴지 않는 참모를 가까이 뒤야한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태 당시 터무니없는 ‘7시간’ 공세로 곤욕을 치렀다. 가장 신임했던 김기춘 비서실장의 실언(失言)이 빌미가 됐지만 박 대통령의 은둔형 통치가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힘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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