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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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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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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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의 여왕이라 했던가. 아름다운 청춘의 달이라 했던가.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 한 장 읽을 생활 여유도 없는 틈에 어느덧 4월이 가고 신록 빛깔 짙어 가는 오월이다. 청춘이 흘러가 버린 사람들에게도 오월은 젊은 날의 그 무엇이 아련히 그리워지기도 하는 때이다. 연둣빛 잎사귀들을 바라보며 가슴 설레는 `상상청춘’의 시간이라도 가져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장년의 가장들에게 오월은 가장 고달픈 달이 되고 말았다. 
 `가정의 달’이란 말이 무색치 않아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21일은 또 올해부터 공식 정부기념일로 정해진 부부의 날. `날’이 줄줄이 이어진다. 여기에다 15일은 스승의 날이요, 24일은 석가탄신일이다. 하나같이 돈을 써야 넘어갈 날들이다. 지인의 결혼청첩장은 또 왜 그리 많은지. 넉넉지 않은 우리네 가장들이 하릴없이 야윈 지갑을 열지 않으면 안 되는 달인 것이다.
 한국의 사오십대 남성들은 측은하다. 말이 가장일 뿐 가정 운영권은 거개가 이미 오래 전에 아내들에게 넘어갔다. 직장에서는 이눈치 저눈치 살피며 연명을 걱정해야 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내의 집안일을 거들어야 가정이 편하다. 어쩌다 술 냄새라도 풍기는 날이면 아이들로부터 노골적인 핀잔을 듣게되고 노부모 용돈 걱정 또한 그의 몫이다.
 고달파서 쉬고 싶은 생각이 절실한 것도 오월이다. 엊그제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15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2명 중 1명 꼴로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기를 바랐다고 한다. 멀리 계시는 부모님을 뵈러 가야겠다는 뜻도 없지 않겠으나, 피로해진 심신을 하루 쉬고 싶다는 뜻이 더 클게다. 아, 오월이여! 그대 어서 지나가기만을 손꼽는 가장이 지금 너무 많음을 알아달라.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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