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밀사리 문화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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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밀사리 문화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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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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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리는 수박이나 참외를 여럿이 주인 몰래 훔쳐 먹는 장난을 일컫는 순 우리말이다. 요즘 신세대들이야 사리가 무엇인지조차도 모르겠지만 중년층 특히 시골 출신들에게는 한순간 어린 시절로 되돌려 주는 아련한 추억이다. 먹을 것이 부족하고 마땅히 놀거리도 없던 시절, 사리는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짜릿한 놀잇감이었다.
 어쩌다 주인에게 들키면 눈물이 쑥 빠지게 혼이 나서야 풀려나곤 했다. 그러나 세월이 바뀌면 인심도 달라지는 것이 세상사다. 사리에 대한 인심도 마찬가지다.
 몇년 전에 사리를 하다 들킨 청년이 절도죄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동해안 바닷가서 잠수 실력을 뽑내던 피서객이 어장의 전복 1개를 땄다가 특수절도범으로 고발된 일도 있다. 야속하다 할수도 있겠지만, 주인 입장에서는 자식만큼 귀하다는 1년 농사를 망치는 장난꾼을 예전처럼 그냥 놓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범죄 행위가 돼 버린 사리를 합법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장이 마련돼 눈길을 끈다. 이달 셋째 휴일인 20일 경남 합천군 초계면에서 열리는 `추억의 우리밀 밀사리 문화한마당’행사가 그것이다. 밀사리는 아직 채 여물지 않은 밀을 꺾어 불에 살라 먹으면서 허기를 달래던, 보릿고개로 상징되던 시절의 아픈 기억 중 하나다.
 사실 이 행사는 한때 사라져 버렸던 우리 밀을 다시 살리자는 의미가 더 크다. 우리 밀은 외국산 밀과의 가격 경쟁에 뒤져 1984년 정부에서 밀 수매 자체를 중단해 버렸다. (사)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가 1989년 경남 고성에서 겨우 종자를 구해 우리 밀 살리기에 나섰고 지금은 연간 1만5000곘남짓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값싼 외국산 밀에 밀려 모두 소비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소 비싸긴 하지만, 우리가 우리 밀을 많이 소비해 주면 그만큼 가격이 내려가게 되는 것이 시장 원리다. 밀뿐만이 아니라 모든 우리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한미FTA로 벼랑끝에 내몰린 우리 농촌을 살리는 길이다.
 /金鎬壽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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