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자연대 ‘무감독 시험’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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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자연대 ‘무감독 시험’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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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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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에 매몰된 우리 사회와 대학에 경종을 울리는 서울대 자연대의 실험이 이채롭다. 서울대 자연대는 학생들이 시험감독 없이 시험을 치르는 ‘무감독 시험’을 도입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아너 코드’(Honor code·명예규칙) 제정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서울대는 1학기 교양과목 중간고사에서 집단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결국 재시험까지 치르는 홍역을 치렀다. 자연대는 이와 관련해 감독과 처벌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도덕성에 호소하는 해법을 내놓은 것이다.
 서울대 자연대는 교직원, 학부생, 대학원생, 동창 등 대학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아너 코드를 제정하고 이를 토대로 내년 1학기부터 일부 수업에 무감독 시험을 도입할 계획이다. 미국의 많은 명문대학에서 채택한 ‘아너 코드’의 핵심은 정직과 양심이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아너 코드를 소책자 등을 통해 전달하는데 여기에는 커닝, 표절, 위조, 공인받지 않은 도움, 거짓말 등 학문적 부정행위를 일절 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행동 규칙이 담겨 있다.
 미국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스탠퍼드대 등이 이를 채택하고 있고 캘리포니아공과대(캘텍)는 아너 코드를 준수하겠다는 서약서 제출을 전제로 개교 이후 줄곧 무감독 시험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서울대 자연대의 이런 계획은 부정행위 논란에 대한 대학본부의 대응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대학본부는 최근 각 단과대에 시험감독과 부정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시험관리 지침을 배포했다.
 이에 대해 김성근 자연대학장은 “부정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학생 스스로 자긍심을 키우고 명예롭고능동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취지로 무감독 시험제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과거 고도 성장의 밑거름이 됐고, 지금도 선진국 진입의 필요조건이다. 그런데 교육열이 왜곡되고 이것이 사회 전반에 확산하면 오히려 사회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부정행위는 잘못이지만 당사자들만 탓할 수 없는,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다. 이런 문제를 바로 잡으려면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서울대 자연대의 시도는 의미가 있다. 이번 계획이 학생들은 물론 우리 사회의 양심과 도덕성을 일깨우고 구성원간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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