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치 용서 않겠다’는 일본의 성난 민심
  • 연합뉴스
‘아베 정치 용서 않겠다’는 일본의 성난 민심
  • 연합뉴스
  • 승인 2015.0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겠다.(アベ政治を許さない)” 논픽션 작가 사와치 히사에가 구상하고 95살의 시인 가네코 도타가 붓글씨로 쓴 이 문구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향한 일본 시민사회의 저항과 분노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한다.
 아베 정권이 집단자위권 등 안보법제를 중의원에서 강행 처리한 이후 지난주말 도쿄, 교토, 나고야 등 일본 전역 1000여곳에서 동시다발적 시위가 벌어졌다. 외신으로 전해진 시위현장 사진을 보면 참가자들의 손마다 이 문구가 새겨진 직사각형의 종이가 들려져 있다.
 안보법제 강행 처리직후인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교도 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아베 정권의 내각 지지율은 37.7%였다. 불과 한 달 전에 비해 10%가량 급락한 것이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아베 정권 출범이후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한마디로 일본의 민심이 아베 정권에 단단히 성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아베 정권은 ‘아베노믹스’로 증시가 급등하자 이를 바탕으로 민심을 외면한 정책들을 무리하게 추진해왔다. 국민의 알권리 침해 논란이 제기된 특정비밀보호법 제정이나 원전 재가동 추진, 집단자위권 법안 등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도 무력 증강을 통해 동북아의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아베 정권의 신군국주의 행보가 일본국민의 반 아베 정서를 촉발한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일본 국민의 평화 열망이 아베의 ‘강한 일본 재건’과 충돌하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여론이 악화하자 그동안 ‘혈세 낭비’ 논란에 휩싸였던 2020년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건설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여론 무마에 나섰다.
 당초 1300억엔에서 현재 2520억엔으로 불어난 건설비용에 대해 과도하다는 비판 여론이 높았음에도 계획 수정에 신중했던 아베 총리가 갑자기 입장을 180도 바꾼 것에 대해 일본 언론들조차 지지율 급락을 만회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꼬고 있다. 아베 총리가 올림픽 경기장 건설 계획 백지화로 성난 민심을 다독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판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일본 국민이 그에게 원하는 것은 인제 그만 군국 독주를 멈추고 일본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달라는 것이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거부하면서 모호한 위협 기준에 따라 임의로 전쟁을 가능케 한 법안을 밀어붙이는 아베의 의도를 극도의 불안감 속에 바라보는 주변국들. 전쟁을 포기한다는 평화헌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 안보법안으로 말미암아 또다시 일본이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일본 국민. 그들의 공통된 우려와 걱정에 귀 막고 눈 가린 아베 정권에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이 문구는 일본 국민의 마지막 옐로카드일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