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업 정서 부추기는 롯데그룹 ‘형제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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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업 정서 부추기는 롯데그룹 ‘형제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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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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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벌가에서 ‘형제의 난’이 또 터졌다. 이번에는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이다.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신동주-동빈 형제의 격돌은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끝난 것처럼 보인다.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차남인 신 회장을 일본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에서 축출하려고 했지만 신 회장이 긴급 이사회를 열어 오히려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에서 전격 해임한 것이다.
 하지만 한·일 롯데의 지분구조를 보면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신 총괄회장이 94세의 고령이라는 점도 앞으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롯데그룹의 후계구도는 당초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신동빈 회장이 한국을 맡는 것으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1월 신 전 부회장이 전격 해임되면서 급격한 변화가 감지됐다. 대신 동생인 신 회장이 지난 16일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르면서 한·일 롯데그룹의 후계 구도가 신 회장의 통일 체제로 모양을 갖췄다.
 상황을 되돌리기 위한 신동주 전 부회장의 시도도 ‘1일 천하’로 끝났다. 당장은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와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모두 장악한 신 회장이 완승을 거둔 모양새지만 복잡하게 얽힌 롯데그룹의 지분 구조를 뜯어보면 결코 후계구도가 최종적으로 정리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는 일본의 비상장 법인 광윤사(光潤社)가 있는데 광윤사는롯데홀딩스의 지분을 27% 갖고 있고,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호텔 지분의 19%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광윤사를 누가 장악하느냐가 관건인데 두 형제의 지분은 나란히 29%씩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신 회장과 나머지 가족들이 맞서고 있는 구도도 신 회장에게는 좋은 그림이 아니다.

 문제는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면 롯데그룹은 물론 우리 경제에도 별로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그리스 위기, 중국 증시 폭락, 내수 부진, 수출 감소, 중동호흡기증후권(메르스) 사태 등 악재가 겹쳐 5분기 연속 0%대 성장에 그칠 정도로 빈사 상태에 빠져 있다.
 대외변수는 대처할 수 있을 뿐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내수 진작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업들도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적인 내수 기업인 롯데그룹이 엉뚱한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힘을 소진하고있는 것은 국가적으로 손해다.
 더구나 롯데그룹은 소비재, 유통 등 국민과 접점이 큰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다. 결국 국민의 쌈짓돈으로 큰 기업인데 그렇게 축적된 부를 놓고 볼썽사나운 다툼을 벌이고 있으니 더 실망스럽다.
 제2롯데월드 건설도 서울공항에 이·착륙하는 군용기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제 발전에 대한 기여를 전제로 허가해줬다고 볼 수 있다. 롯데그룹이 그동안 재계 5위의 내수기업으로서 그만한 경제적,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재벌가의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은 우리 대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재계가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를 탓할 처지가 못된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아닌 오너 경영의 장단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장점을 극대화하려면 경영권 승계 과정도 투명하고 깔끔해야 한다. 롯데그룹이 빨리 상황을 수습하고 경제 살리기에 동참해 다시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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