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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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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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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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일 동국대 대학원 객원교수
[경북도민일보]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란 말이 있는가하면 부부는 돌아누우면 남남이라는 말도 있다. 부부는 한없이 가깝고 깊은 관계이면서 또 너무나 가벼운 관계도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천륜이라고 한다. 유전자를 물러 받은 존재이므로 관계를 끊는다 해도 유전자까지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부부는 가장 가까운 사이이지만 피가 섞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돌아누우면 남남이란 말도 생겨난 것이다. 
 결혼은 두 사람이 만나 부부관계를 맺고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 부부를 동반자(同伴者), 반려자(伴侶者)라고 하는데, 반(伴)이란 한자는 서로 짝을 짓는다는 뜻이다. 짝을 지음으로서 비로소 온전한 기능을 하게 된다. ‘버선 짝이 맞다, 신발짝이 맞다.’라고 할 때의 그 짝이다. 낱낱으로 존재할 때는 쓰임새가 현저하게 떨어지지만 함께 짝을 이루면 편리한 관계가 된다. 결혼은 서로 다른 남남이 하나로 합치면 편하고 온전할 것이라고 믿기에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함께 살다보면 갈등도 생기고 다툼도 생긴다. 똑같은 행위를 두고도 평가가 서로 달라지기도 한다.
 한 사람씩 각각으로 존재할 때는 전혀 문제될 수 없는 행동들도 함께 생활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둘 만 있어도 질서가 필요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배우자에게 실망했다는 것은 결혼 전에 몰랐던 것들을 결혼 후에 알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상대방의 깊은 마음이나 성격, 능력, 생활방식을 결혼 전에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오랫동안 교제를 한다고 해서 상대방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오히려 사람의 눈을 멀게하고 귀를 닫게 한다. 서로의 관계가 좋을 때는 보이는 것이 모두 좋게만 보인다.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의 약점이나 콤플렉스조차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시인 한용운은 ‘님의 침묵’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서로의 관계가 좋을 때는 아름답게 보이던 것들도 관계가 나빠지면 나쁘게 보이기도 한다. 비슷한 행동을 두고도 평가가 달라져 버리는 것이다. 상대방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그것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자신의 마음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결혼 초기에는 코고는 소리도 정겹게 들렸지만 정이 멀어지면 숨쉬는 소리조차도 귀에 거슬릴 수가 있다. 사람의 마음은 출렁이는 파도처럼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순간순간 움직인다. 그래서 믿지 못할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타인의 마음만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도 믿기가 어렵다. 
 돈도 잘 벌고 직장에서 인정받고 승진도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마음의 여유도 생기기 마련이다. 웬만큼 불평을 하고 잔소리를 늘어놓아도 가볍게 듣고 넘길 수가 있다. 내면이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어려움에 처하면 마음의 여유는 사라진다. 조금만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들어도 거칠게 반응한다.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되면 착하고 고운 마음이 주로 일어나지만 마음이 불편하면 독하고 폭력적인 행동이 나타나게 된다. 그것이 인간이다. 상대방 탓이라기보다는 자기 탓인 것이다.
 노후는 길어지고 사는 것도 팍팍한 탓인지 서로 무관심하고 외면하면서 살아가는 부부들을 자주 보게 된다.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누던 꿈같은 시절들은 사라졌다고 해도 고운 정 미운 정으로 다져온 지난 세월들을 생각한다면 벽을 쌓고 살수는 없지 않는가.
 부부는 좋을 때도 함께해야 하지만 어려울 때도 손을 맞잡고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고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지 말고 상대방의 어려움과 아픔도 헤아려 줄 수 있어야한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듯이 힘들고 어려울 때 함께할 수 있는 부부가 진정한 부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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