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야, 어디에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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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야, 어디에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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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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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래 수필가
[경북도민일보] 치르치르와 미치르. 이는 요술쟁이 할머니의 부탁을 받고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길을 나선 남매의 이름이다. 그들이 애타게 찾던 파랑새는 추억의 나라에도 없었고, 밤의 궁전에서도 찾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행복을 모아놓은 나라에서 조차 파랑새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서 깨어나면서 자기들의 머리맡에 두고 키우던 비둘기가 행복의 파랑새였음을 알게 되었다는 동화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지난 해 퇴직한 나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는 인사를 자주 듣는다. 그럴 때마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을 실천하고 있다며 얼버무린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그동안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하지 못했던 일을 하면서 과로사까지는 아니지만 진짜로 바쁘게 지내고 있음을 자부하고 있다. 
 더러는 이 나이에 새로운 영역에의 도전은 무모한 행동이라 나무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태까지의 일은 호구지책을 위한 직업이었다면 앞으로는 마음이 내켜서 하는 즐거운 일이다.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 보겠다는 욕심은 내려놓고 그냥 즐겨볼 작정이다. 일을 통한 즐거움이야말로 스스로 퇴직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이기도 하거니와 머리맡에 행복의 파랑새 한 마리를 키우는 일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그림공부이다. 처음 몇 개월은 뎃생의 기초를 익혔고, 지금은 개체에 물감을 칠하며 명암이나 원근을 제대로 나타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와 함께 또 하나 시작한 것이 여행 드로잉이다. 여행지에서의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의 미진함에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것이야말로 평소 하고 싶었던 분야이다. 바야흐로 글과 그림의 멋진 조합을 통하여 만족도를 배가시키는 즐거움을 하나 더 추가하였다. 파랑새가 나를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다.
 이젤 앞에 앉으면 몇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젊은 수채화 선생님은 물맛을 강조하신다. 아직은 물맛이 어떤 것인지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세월이 지나면 나도 그 맛을 알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제는 또 여행지에서 자투리 시간이 있어 작은 스케치북을 무릎에 올려놓고 눈앞의 풍경을 펜으로 그리기도 하였다. 마치 파랑새를 찾아 나선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꿈에서 깨어나 맞이한 아침처럼 행복을 느끼고 있다.
 행복의 파랑새는 어디에 있을까? 사람들은 과거에 누렸던 지위나 직책에서 찾고 있다. 그런가 하면 더러는 미래에 맞이하게 될 파랑새를 그리며 오늘의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아름다운 추억이 존재하는 과거에도 파랑새는 없고, 미래에 대한 집착도 파랑새는 아니다.
 행복의 파랑새는 추억의 나라에도 없고, 밤의 궁전에도 없으며, 온갖 행복들이 존재하고 있는 나라에도 없음을 치르치르와 미치르를 통하여 알고 있다. 그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삶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미망에 혹하여 허우적거리고 있을 뿐이다.
 행복하지 않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오르지 못할 먼 곳, 나와 다른 상대방에 둔 시선을 거둬들여야 한다. 나만의 목표를 향하여 즐겁게 내딛는다면 나의 발길 바로 옆에 있는 파랑새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일,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지금 나의 상황에서 즐거움을 찾고 만족을 얻으면 그것이 곧 행복의 파랑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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