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인권, 법적 보호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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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 인권, 법적 보호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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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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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노동자들의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 최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중 감정노동자의 수는 740만명으로 전체 임금 노동자의 41.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경제 발전 단계상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감정노동이 경영 전략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감정노동자의 수도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아무 관리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몰지각한 고객의 ‘갑질’ 행태가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감정노동자의 눈물을 닦아 줄 법적, 제도적 장치는 거의 없다시피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금융회사들이 욕설이나 성희롱을 일삼는 악성 민원인에 대해 형사 고발 등을 포함한 강경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연합회 등 6대 금융업권 협회 및 금융회사 임원·실무자와 함께 문제행동소비자(악성 민원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인데 이 TF를 통해 문제행동 소비자를 판단해 대응하는 방안을 담은 표준화된 매뉴얼을 조만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금융권의 움직임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금융경제연구소가 영업창구에 근무하는 금융노조 조합원 3800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0% 이상이 우울증 의심자였고, 20%는 실제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75.6%는 악성 민원인 응대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89.8%는 말꼬리를 잡히거나 인격을 무시당했다고 답했다. 성희롱, 성추행 등의 피해를 호소한 사람도 22.5%나 됐다.
 감정노동자는 은행 창구나 콜센터 뿐 아니라 식당, 백화점, 마트, 항공기 등 고객 접점이 큰 분야에는 어느 곳에나 있다고 할 정도로 우리 노동시장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조사를 보면 감정노동자의 30.6%가 자살 충동을 경험했고 4%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하니 이 정도면 국가 차원에서 법적, 제도적 대책을 내놔야 할 시점이 됐다고 본다.
 마침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등 감정노동자의 보호를 위한 관련 법률 개정안들이 잇따라 발의됐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공론이어서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른바 ‘진상 고객’에 대한 대응조치를 감정노동자가 아닌 해당 기업이나 기관이 주도하도록 의무화하는 쪽으로 보완했으면 한다.
 법과 제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노동자를 우리 사회의 동등한 이웃으로 대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우리가 흔히 듣는 ‘고객은 왕’, 또는 ‘고객은 항상 옳다’라는 말의 뜻은 고객의 수요와 취향을 잘 파악하고 그 트렌드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경영적인 의미이다. 이런 얘기를 수직적인 주종관계로 이해해 천박한 행태로 상대 직원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이제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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