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의결권행사 강화로 제 역할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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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의결권행사 강화로 제 역할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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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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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강화 필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투자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권이나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는 않는 실정이다. 기금이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고, 국민의 노후를 담보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국민연금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의 불투명성을 제거함으로써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연기금이 공적 책임은 도외시한 채 투기자본처럼 행동해서는 안 되겠지만 지금처럼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황은 개선할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권리 행사를 통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영을 선진화하면 우리 경제가 발전하는 것은 물론 기금 수익률도 높아져 결국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는 취지이다. 덩치로만 보면 국민연금은 그런 일을 할 만한 능력이 있다. 국민연금 기금의 국내 주식투자 비중은 작년 7월 기준으로 시가총액 대비 6.8%이다. 지금처럼 적립기금의 20%를 국내 주식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2025년에는 9%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도 최근 들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 가운데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경우는 9%에 불과했다. 더구나 국민연금이 반대해 안건이 부결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건을 부결시키기 위한 다른 수단을 거의 강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른 기관투자들을 설득해 위임장을 받아 의결권을 대리로 행사하거나 주주 대표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가물에 콩 나듯 하는 반대도 ‘사표(死票)’로 전락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면피용’이라는 지적에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미국이나 영국의 연기금은 국민연금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니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재벌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은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 움직임에 대해 ‘연금 사회주의’라고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연기금을 통해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경영을 감시하는 등 사기업을 통제, 관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걱정이지만 국민의 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해 이익 극대화를 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오히려 이렇게 하지 않는 것이 국민의 믿음을 배신하는 행위이다. 다만 기업들의 우려를 불식하려면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이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의결권 행사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결권행사지침을 개정했으나 반쪽짜리 개선안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최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롯데 사태’ 등으로 분위기가 성숙한 데다 정치권도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연기금이 규모와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찾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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