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만주 독립운동의 여정을 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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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만주 독립운동의 여정을 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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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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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옥 위덕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지난 7월의 만주벌판은 드넓고 푸르렀다. 지평선 눈 닿는 곳까지 끝없는 옥수수밭이었다. 7월 2일부터 일주일 간 북만주 일대에서 활약한 경북의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답사하고 사적지를 조사하는 목적으로 간 여정이었다. 만주벌판을 버스를 타고 누볐다. 보통 2시간 이상 네다섯 시간 버스를 타고 간 곳은 흔적만 겨우 남아 있는 기차역이었던 곳이거나 길가의 집터나 학교터 혹은 집단농장터 등이었다.
 우리 일행이 답사하고 조사 다녔던 지역은 목단강과 하얼빈 일대였다.
 일행과 함께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버스를 타고 구석진 시골의 이곳저곳을 헤매다 숙소로 돌아오면 녹초가 되었다. 여행길이 아니라 고행길이라고 투덜댈 만도 했다. 7일간을 버스에 앉아 한없이 드넓은 차창 밖 지평선을 바라다보는 자세 때문이었을까 다녀온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목은 뻣뻣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 그러나 이 고생을 감히 고생이라 할 수 있을까. 1911년 1월 만주로 간 경북의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들을 상상한다면.
 김희곤 경북독립운동기념관장(안동대 교수)의 ‘안동사람들이 만주에서 펼친 항일투쟁’에는 안동의 독립운동가 의성 김씨 내앞종가 김대락 가족의 여정이 지도로 상세히 그려져 있다. 1910년 12월 24일 안동을 출발해 추풍령을 거쳐 서울에 도착하여 잠시 머문 후 11월 6일 남대문역을 출발했다. 저녁 8시 의주에 도착, 이튿날 신의주에 또 그 다음날 국경을 넘어 단동에 도착, 그 일주일 후 환인현 횡도천에 도착했다. 집 떠난 지 거의 20일이 더 걸리는 멀고도 먼 길 길고도 긴 여정이었다. 더구나 혹독한 겨울이었고 일본의 감시는 더욱 칼날같던 시절이 아니었던가.
 이렇게 솔가를 해서 그들이 정착하고자 집을 얻은 곳은 기차역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었다. 여차하면 또 떠날 것을 대비한 결정이 아니었을까. 자료들 통해 그들이 일이년 사이에 거쳐를 여러번 옮겼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립운동의 흔적들은 기찻길 따라 기차역 부근에 특히 많이 있었다. 독립운동가 왕산 허위 일가의 정착지라고 알려진 곳은 철령하 기차역 부근이고, 한족총연합회 김종진의 피살지도 해림역 부근이다. 하얼빈역사에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 장소가 기록돼 있고, 그 역사적 거사를 상세히 설명하고 기록한 안중근의사기념관이 있다.
 가족을 모두 이끌고 온 그들의 망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교육사업이었다고 한다. 잠시 머물지라도 작은 학교를 만들어 집안의 후손들을 가르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어린 아이들을 위해서는 소학교와 중학교를 세우고 청년들을 위해서는 무관학교를 세워 독립운동을 도왔다. 목단강의 성동사관학교, 밀산무관학교 등이 있다.
 온 가족이 정착해 먹고 살기 위해서 논밭을 일구어 식량을 조달했어야 했던 그들은 곳곳에 집단장을 조성했다. 밀산의 십리와 농장, 영안시의 발해농장, 상지시의 하동 농장, 마가점농장, 하얼빈의 취원창 농장 등 정착 기간이 길든 짧든 간에 허허벌판을 개척해 논을 만들고 밭을 일궈 식량을 조달했던 지혜롭고 부지런한 그들이었다.
 일주일 간의 짧은 만주 답사 동안 100년 전 우리 경북의 독립운동가와 그의 가족들의 행적을 따라 발자취를 더듬는다는 사명감에 일행은 더없이 숙연했고 진지했다. 버스 안에서는 독립운동 전문가들의 열띤 강의가 펼쳐졌으며 또 활발한 토론과 치열한 논쟁도 펼쳐졌다.
 최근 여러 언론에서는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가적으로도 큰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야단이다. 필자는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되돌아본 이번 만주 답사를 통해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경험이 더욱 중요함을 깨달았다. 우리의 오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독립운동가. 100년 전 대한민국 독립운동을 온몸으로 실천한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들의 염원을 우리 또한 온몸으로 느끼면서 그들의 삶이 얼마나 숭고했던지를, 그들의 희생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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