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린 친구에게 바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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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린 친구에게 바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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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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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얼마 전 초등학교 친구가 우리를 버려두고 갔다. 초등학교 동기라 해봐야 2학급뿐이라 우리는 6년을 함께 보냈던 터라 너무 잘 알고 가까이 지내오던 친구가 우리를 두고 홀로 가버렸다.
 참 안타까운 사실은 그날 새벽 술 먹고 친구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화를 했던가 보다, 하나같이 친구들은 늦은 시간이라 어서 들어가서 자라고 타일렀다고 한다.
 서울, 부산, 포항에서, 멀리서 모여든 친구들은 한결같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말 무슨 말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유가족들에게 너무 송구하고 큰 죄를 지은 죄인이었다. 마지막으로 친구가 우리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문상에는 문들이 무성하다. 무슨 교통사고가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친구에게 내가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것이 아픔으로 다가왔다.
 유홍준 시인의 ‘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 처럼, 우리는 삶을 걸어온 것이 아닌가….
 저녁 喪家(상가)에 구두들이 모인다 /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 젠장, 구두가 구두를 / 짓밟는 게 삶이다 / 밟히지 않는 건 亡者의 신발뿐이다 / 정리가 되지 않는 喪家의 구두들이여 / 저건 네 구두고 / 저건 네 슬리퍼야 / 돼지고기 삶는 마당 가에 / 어울리지 않는 화환 몇 개 세워놓고 / 봉투 받아라 봉투, / 화투짝처럼 배를 까뒤집는 구두들 / 밤 깊어 헐렁한 구두 하나 아무렇게나 꿰 신고 / 담장 가에 가서 오줌을 누면, 보인다 / 北天(북천)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 몇 개
 가장 빠른 시간에 친구들을 모을 수 있는 길은 이렇게 문상을 통해서 만나는 세대가 되었다는 것이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친구가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문상 온 친구들 모두에게 다들 각자의 생각들이 있겠지만, 한결 같은 생각은 자주 보지 못하던 초등학교 동기들을 불러 모아‘힘들더라도, 아프더라도, 어렵더라도 함께 해라. 그것이 인생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동기 밴드에 올린 고인의 장가가 올린 글이 아직도 생생하게 지워지지 않는다.
 “지난 저희 아버님이 창졸지간에 돌아가셨을 때 천붕의 슬픔을 가눌 길이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가슴이 무너져 내리듯 제게 여러 가지로 매우 분주하심에도 불구하고 직접 찾아 오셔서 깊은 위로의 마음과 더불어 따뜻한 관심으로 보살펴 주신 덕분에 무사히 장례를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남으로서 엄마하고 동생들 잘 보살피며, 열심히 살아라는 댓글들이 무수히 달리기도 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장남이 남긴 글을 보면서 우리는 또 한 번의 상실을 경험하기도 했다. 많은 친구들이 그 주간 내내 상실의 아픔을 가졌을 것이다. 내가 경험했던 것처럼 말이다.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고 인생이라는 것일 살면 살 수 록 더 힘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살아가는 일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어쩌면 살아가는 일이 죽은 것보다 더 어려워서 친구들과 동료들과 동반자를 붙여준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려울 때 일수록 고통을 반으로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쁨은 말할 것도 없고….
 주위를 둘러봐야겠다. 내가 알지 못하는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은 없는지, 나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는지… 친구를 먼저 보내고 아픈 만큼의 성숙을 바라며, 쉰의 고지를 앞둔 동기들에게 힘내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친구들아 잘 지내자, 동기회 때 얼굴도 자주 비추고 아픔도 기쁨도 함께 나누며 그렇게 인생의 후반전을 맞이하자!
 아직도 우리에게는 다음 칸이 그리고 내일이 있으니 오늘을 살자! 내일이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 그렇게 살자! 그날 이후로 내 생각이 끌어당긴, 가버린 친구에게 바치는 노래를 신청한다. 이 노래 듣고 친구를 보내자, 그리고 그 친구 생각날 때 마다, 이 노래를 듣자!
 친구도 아마 함께 할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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