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교과서의 국정 전환 문제를 놓고 찬반 양측의 의견 대립이 첨예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는 쪽은 검인정 체제인 현재의 역사교과서선정·공급 방식이 이념 편향 서술 논란을 일으켜 일선 교육 현장이 피해를 본다는 논리로 ‘역사는 한 가지로 가르치는 게 국가적 임무”라고 주장한다.
반면 국정화에 반대하는 쪽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오히려 정치·사회적 갈등을 키우고 역사교육을뒷걸음치게 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열쇠를 쥔 교육부는 이달 말까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전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아직 최종 결론은 내려지지 않은상태지만 방향은 국정화로 잡혀진 듯하고 이 때문에 역사 학계 등의 집단 반발이 이어지는 상태다.
국정화 찬성론을 내세우는 쪽은 학생의 가치관과 역사관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해 이념적 색채를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교실에서부터 국민이 분열되는 현상은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역사적 사실이 이념적으로 치우쳐 학생들에게 전달되다 보니 근현대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커진다고 우려한다.
국정화에 반대하는 역사 학자 등은 전혀 다른 입장이다. 이들은 역사 교과서 서술을 정부가 독점하는 정책은 역사적 상상력과 문화 창조 역량을 위축시키고,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도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들은 현행 8종의 검정 교과서 체제가 서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 문제라면 교육과정과 집필 기준을 통해 바로 잡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한 가지 역사해석을 주입하는 국정교과서는 역사 교육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들은 또 세계적으로도 국정 교과서를 채택하는 나라는 북한과 베트남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워낙 팽팽하게 맞서 쉽사리 견해 차이가 좁혀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가능성마저 없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먼저 이념적 편향성이 그렇다. 과연 국정화라는 방법이 유일한 것인지, 집필기준 등을 명료하게 하는 형태로 이 문제를 해소하는 건 불가능한지 면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또 세계적 기준은 검인정이나 자유발행이 굳어진 상태인데, 이를 역행할 명분이 있는 것인지 깊이 있는 비교검토가 필요하다.
이미 전국역사교사모임 같은 곳은 불복종 운동과 국정교과서 폐지 운동까지 공언한 상태다. 가장 문제인 것은 이런 대립적인 의견을 앞세워 상호 공방만 오가는 점이다. 논리와 주장이 합리적으로 제기되는 공론의 장은 실종된 느낌을 준다. 이런 문제일수록 공론의 장은 활성화돼야 하고, 그 과정을 거쳐 결론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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