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단행된 군 수뇌부 인사는 ‘파격’과 ‘의외’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중에서도 이순진 제2작전 사령관의 합참의장 내정이 가장 돋보인다.
이 내정자는 3사관학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우리 군의 군령권을 행사하는 합참의장자리에 올랐다. 그간 육사의 전유물이었던 이 자리에 현 최윤희 의장이 해군총장 출신으로는 최초로 합참의장을 맡은 데 이은 또하나의 파격 인사다. 당초 유력하게 거론됐던 김요환 육군 참모총장이 호남 출신이라 배제되고 이 대장이 대구 출신이어서발탁된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 군의 다양한 인력 구성을 감안할 때 육사 독식의 합참의장 인사관행이 사실상 사라지게 된 것은 군의 균형과 안정을 고려할 때 긍정적 측면이 많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군내 3사출신 홀대라는 유리 천장이 깨진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또 관심을 모았던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육사 37기 동기생 중에서는 3명이 대장으로 승진했지만, 이들 역시 박 회장과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은 대부분 승진에서 누락됐다는 것이다. 이 또한 불필요한 정치적 잡음에 휘말릴 소지를 줄였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의 지뢰도발과 이후 남북 간 최고조의 군사적 대치국면을 거치면서 우리 군의 사기는 지금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작금의 고조된 사기가 군 수뇌부의 탁월한 리더십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남북 간 군사 대치 국면에서 전역을 연기하고 전선을 사수하겠다고 선언한 일선 장병들과 북이 공격하면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며 예비군복을 다려 놓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일반 국민이 군의 사기를 이만큼 끌어 올렸다. 오히려 군 수뇌부는 목침지뢰 사전 대응 측면에서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수류탄 폭발 등 안전 사고,부적절한 술자리, 군내 끊임없는 성추행 사건 등의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군의 사기를 가장 떨어뜨렸던 것은 방산비리였다. 그 비리의 맨 꼭대기에는 늘 군 수뇌부가 있었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신임 이순진 합참의장을 비롯한 새로운 군 수뇌부가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분명하다. 앙양된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하고, 그 사기가 확고한 안보 태세 확립에 온전히 모아질 수 있도록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특히 내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최악의 대치 국면을 넘겼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한반도의 평화도, 남북간 관계 개선도 모두 튼튼한 안보에서 나온다는 점을 새로운 군 수뇌부는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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